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8일 오전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검찰이 지난달 12일 성 회장의 시신에서 금품이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정권 실세 8인의 이름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자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약 한 달 만의 일이다.
그간 근거자료 확보와 분석에 신중을 기해왔던 수사팀이기에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성완종 리스트' 수사의 사실상 첫 단추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부담감 역시 만만치 않다.
이를 반영하듯 소환조사가 아직 이틀이나 남았지만 홍 지사와 수사팀간의 장외 신경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선제공격은 홍 지사의 출근길 멘트에서 시작됐다.
홍 지사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양일간 기자들과 만나 성완종 전 회장이 작성한 메모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세를 펼쳤다.
메모를 작성한 성 전 회장이 숨진 상황에서 메모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로 삼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다수의 언론들이 검찰의 첫 소환 대상자로 홍 지사를 지목하고 있던 터에 자신이 틈만 나면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모래시계 검사'다운 법률 전문가로서 면모를 과시한 셈이었다.
정치인생에 앞서 검찰의 주요보직을 담당했던 홍 지사나 현 특별수사팀 구성원들에게 특별할 것 없는 기초 상식이었지만, 법리다툼에 있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 홍준표식의 '무력시위'였던 셈이다.
홍 지사의 논리가 보도되자 수사팀 관계자는 "검사는 수사를 하는 법률가라는 점을 말씀드리겠다"며 날을 세웠다.
수사팀이 최측근 인사들을 잇따라 소환하고 자신에게 소환까지 통보하자 홍 지사는 작정한 듯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6일 경남도청 출근길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아예 지사 접견실로 데리고 가 중요 증인인 윤모씨 진술의 조작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홍 지사는 "유일한 증인을 검찰이 한 달동안 통제관리하면서 만들어 온 진술조정을 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자신에 대한 금품수수 의혹은 온전히 성 전 회장이 돈을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전직 경남기업 임원 윤씨의 진술에 근거하는데, 검찰이 한달 가까이 윤씨와 접촉해 온 사실을 언급하며 진술 조작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이 목숨을 끊기 직전 윤씨를 찾아가 실제로 돈을 전달했는지 확인했다는 점은 성 전 회장 스스로도 배달사고의 가능성을 의심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결백을 강조했다.
"우리도 대응할 준비를 다 갖추고 있다"며 검찰 소환통보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특별수사팀 윤씨 회유 의혹 홍준표 인사 소환 조사
홍 지사의 전방위적 공세에 대해 특별수사팀은 공식적으로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홍 지사와 장외전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움직임들은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6일 김모 전 청와대 정무 비서관의 소환이다.
수사팀이 김 전 비서관을 소환한 이유는 주요 증인인 윤씨를 찾아가 회유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매체들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확산되자 김 전 비서관이 당시 성 전 회장이 중간 전달책으로 언론 인터뷰에 공개한 윤씨를 찾아가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고 보도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비서관의 소환에 앞서 "비협조를 넘어선 수사 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찾아내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전 비서관의 회유 행위가 실제로 있었고, 그 배후에 홍 지사측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밝혀낸다면 검찰이 홍 지사의 목에 '옭아맬 올무'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된다.
수사팀은 홍 지사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전체 '성완종 리스트' 수사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험하다는 정치판에서도 손꼽히는 '저격수' 홍준표를 맞아 수사팀이 기싸움에서조차 밀릴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