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릴 듯 풀리지 않자 이름도 바꿨다. 26년 동안 쓴 장효훈이라는 이름 대신 2013시즌 도중 장시환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장시환을 키우려고 남다른 애정을 쏟았다.
하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여전히 제구가 문제였다. 2014년 6경기에서 6⅔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다. 결국 케이티의 1군 입성과 함께 넥센도 장시환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특별지명 보호선수 명단(20명)에 포함되지 않았고, 케이티의 지명으로 팀을 옮겼다.
케이티 이적은 기회였다. 선수층이 얇은 케이티에서 장시환은 기회를 잡았다. 계속 마운드에 오르니 자신감이 붙었다. 4월12일 케이티가 2승째를 거둔 넥센전에서 3⅓이닝 무실점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케이티의 핵심 불펜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22일 SK전. 이번에는 4회 2사 후 선발 정대현을 구원해 9회까지 마운드를 홀로 지켰다. 5⅓이닝 무실점. 케이티가 2-0으로 승리하면서 장시환은 프로 데뷔 후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장시환은 "7회가 끝난 뒤 감독님이 (용)덕한이 형에게 '볼 어떠냐'라고 물었고, 덕한이 형이 '계속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 저번에 한 번 말아먹었으니 책임을 지고 싶었다"면서 "일찍 등판해 3이닝 정도 생각했지 끝까지 던질 줄은 몰랐다. 마지막 삼진을 잡고는 멍했다. 드디어 이겼구나, 정말 짜릿했다. 부모님이 가장 생각났다. 프로 보내고 9년 동안 1승도 없었는데, 요즘은 잘 던지니 연락도 자주 하신다"고 활짝 웃었다.
그 비결은 연이은 등판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장시환은 "이적 후 좋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만났고, 내 잠재력을 끌어올려줬다"면서 "볼을 두려워하지 말고 맞더라도 정면 승부를 해야 후회가 없다고 주문하신다. 경기를 많이 나가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못 던지면 자신감이 떨어지고는 했는데, 던질 때마다 성과가 나왔다. 예전에는 몸쪽을 던질 때 타자가 맞을까봐 주저했는데, 요즘은 '맞으려면 맞아라'는 생각으로 던진다. 몰릴 바에는 차라리 걸어나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목표는 간단했다. 실컷 던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중간 계투 임무를 맡고 있음에도 120이닝을 목표로 하는 이유다.
장시환의 프로 첫 승까지 9년이 걸렸다. 분명 남들보다 멀리 돌아왔다. 하지만 그 기간은 더 멀리 날기 위한 준비였다. 프로 9년차. 드디어 '유망주'라는 지긋지긋한 꼬리표를 떼고 높이 비상하려는 장시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