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두달만에 결국 옷을 벗기로 했다.
병역,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인사청문회 내내 곤욕을 치렀던 이 총리는 결국 '성완종 리스트'의 직격탄을 맞고 총리직에서 내려와 '사필귀정'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이 정권에서는 나라의 어른이자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인 총리 자리가 영광보다는 치욕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이른바 '총리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이후 지금까지 총 5명의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3명은 후보자의 위치에서 낙마했고 정홍원, 이완구 후보자만 실제 총리가 됐다.
그나마 이완구 총리도 불명예 퇴진의 수순을 밟으면서 임기를 제대로 마친 총리는 박근혜 정부 들어 정홍원 전 총리가 유일한 셈이다.
'이완구 총리 자진 사퇴' 기사가 뜨자 '정홍원'이라는 이름이 실시간 검색에 오르기도 했다.
◇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서 곧바로 총리 발탁된 김용준 후보자
박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 24일 첫 총리 후보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명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김용준 위원장 본인이 '본인의 지명 사실'을 발표하는 모습이 연출돼 '셀프 총리'라는 얘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아들의 병역 문제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면서 지명 5일 후인 1월 29일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 물러나고 싶어도 못 물러났던 정홍원 총리
정 총리는 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터라 공직자를 추천해야 할 사람이 최고 공직자의 자리에 오르는 모양새가 돼 야당에서는 '인물난'이라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정 전 이사장도 부동산 투기와 위장 전입 의혹, 아들의 병역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2013년 2월 26일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로 취임했다.
이후 정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을 지겠다"며 여러번 사의를 표명했지만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등 후임 총리 후보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사퇴하고 싶어도 사퇴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박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의를 수용했다가 다시 신임해 '빽도 총리'의 탄생을 알리는 역할을 자임했다.
◇ 국민검사와 기자총리의 잇단 낙마
변호사 업무를 맡은 지 5개월만에 16억원을 번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관예우 논란이 일었다.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은 기자 출신 첫 총리 후보자라는 점에서 언론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일제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과거 발언이 문제가 돼 지명 보름만에 자진 사퇴했다.
◇ '비타500'으로 63일만에 하차한 이완구 총리
이 총리는 올해 2월 17일 제43대 국무총리로 취임하고 나서 곧이어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는 등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목숨을 끊기 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에게 3000만원을 줬다"고 밝히면서 일순간 '위기의 남자'가 됐다.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며 던진 부메랑이 결국 본인에게 돌아와 '척결 대상 1호'가 된 것이다.
이 총리는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을 내놓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버텼지만 2013년 4월 4일 성완종 전 회장과의 독대 정황이 CBS취재결과 속속 드러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계속되는 말바꾸기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