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 밤샘농성…행진 곳곳서 경찰과 충돌

10명 연행…유가족, 경찰 부상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은 16일 서울 도심이 애도와 분노가 가득 찬 분향소로 변했다.

저녁 7시 서울광장에서는 유가족 200여명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추산 최소 5만 명(경찰 추산 1만 명)이 모인 가운데 ‘4.16 약속의 밤’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운영위원장은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과 온전하게 세월호를 인양해 실종자를 끝까지 찾아주겠다는 그 약속에 대한 대답을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끝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우리 가족들을 피해 팽목항에 잠시 머물렀다 대국민 담화문 발표만 하고 해외로 떠났다”면서 “진정한 국민의 어버이로서, 국민의 수장으로서 이 나라의 대통령은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문화제에서는 두 손으로 세월호를 받든 모양의 조형물을 ‘천개의 바람이 되어’라는 노래와 함께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인양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단원고 희생자 최윤민 양의 언니는 “동생들이 죽어가는 걸 생방송으로 지켜봐야만 했던 저희가 죽어가는 것만은 지켜보지 말아달라”면서 “여러분도 대통령도 모두 저희가 내민 손을 잡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문화제가 밤 9시쯤 마무리된 뒤 참가자들은 각자 들고 온 국화 한송이를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헌화하기 위해 행진을 시작했지만, 이후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경찰은 이날 130개 부대, 1만여 명을 동원했다.

차벽을 단 경찰버스가 광화문 방향 세종대로를 막아서자 행진 참가자들은 차벽 틈에 손에 들고 있던 국화를 꽂고선 청계천로로 우회했다.


행진 대열은 광교사거리와 청계2가 사거리 사이 장통교 쯤 이동했을 때 다시 막아선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고, 이때부터 경찰은 최루액인 캡사이신을 뿌려댔다.

밤 10시가 넘어 종로2가 사거리 YMCA 앞에서도 수차례 몸싸움은 계속됐다.

일부는 경찰버스 위로도 올라가 “세월호를 인양하라. 정부시행령을 폐기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해산 명령은 녹음기처럼 반복됐고, 경찰의 최루액에 맞서 행진 참가들은 우산을 펴 막거나 물병을 던지는 등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10명이 연행됐고, 유가족 일부는 경찰 병력에 둘러싸여 꼼짝달싹 못했다가 광화문 앞으로 겨우 빠져나왔다.

한 유가족은 통증을 호소하다 병원으로 호송됐고, 새벽 0시쯤에는 시위대를 연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해 한 경찰관이 넘어져 머리를 다쳐 역시 병원으로 실려갔다.

같은 시각 광화문 분향소에는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단 수천 명이 두 줄로 세종대왕상 앞까지 늘어선 가운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교복을 입은 여고생들은 또래 친구들의 영정 앞에 헌화를 한 뒤 분향소를 빠져나오며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 단위 추모객이나 퇴근 후 이곳을 찾은 직장인들 역시 추모를 마친 뒤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었다.

전성욱(32)씨는 "제일 슬프고 위로받아야 할 유가족들이 삭발까지 하고 투쟁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파 함께 위로하고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교사 이금주(35.여)씨는 "1년 전을 생각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또 유가족들의 아픔을 그동안 너무 잊고 살았던 것 같아 반성하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새벽 1시 30분 현재 광화문광장으로 다시 모인 유가족들은 밤샘 농성을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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