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정리를 해놓고 보면, 8일 허니버터칩 생산공장을 증설하겠다는 해태제과 측 발표는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해태제과의 절대 생산량이 달리다 보니, 제과업계에서 간만에 나온 히트상품임에도 매출 면에서 미투제품을 생산하는 경쟁사에 밀리는 수모도 겪었다.
해태제과측은 그러나 "품귀현상만으로 증설을 결정할 순 없다"며 이날 결정도 오히려 빠른 감이 있다고 했다. 기존 '짠' 감자칩 시장과 별도로 '단' 감자칩 시장이 확고하게 섰다는 판단이 있기까지 그간 여러 검토를 했다고 한다.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결정을 했다가 판매량이 뚝 떨어질 경우 그 리스크를 어떻게 감수하겠냐는 것이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금방 매출이 쪼그라들었던 '꼬꼬면'을 예로 들면서, 공장증설을 '꼬꼬면 리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 감자칩 생산라인은 다른 제품을 만드는 라인으로 쉽게 변경이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단' 감자칩 시장이 존속은 물론,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사들이 제공했다. 콧대 높던 감자칩 시장의 전통 강자들이 허니버터칩과 비슷한 제품을 속속 내놓더니 성과까지 지속적으로 챙긴 것이다. 꼬꼬면 열풍 때는 꼼짝도 안하던 농심이 허니버터칩 열풍에는 몇 달만에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허니버터칩의 대체제로 일컬어졌던 오리온 '포카칩 스윗치즈'도 덩달아 품귀현상이다.
해태제과 측은 신규 생산공장이 내년 2~3월쯤 가동되지만, 그 때까지 1년, 나아가 계속 '단' 감자칩 시장이 클 것이라다고 내다봤다. 증설과 관련해 신정훈 대표이사가 합작파트너인 일본 가루비사를 설득한 것도 시장성이었다. 신규공장이 증설되면 현재 75억원인 허니버터칩의 최대 생산량이 150억원 정도로 2배 증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