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 김영기 KBL 총재, 드디어 입을 열다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는 올 시즌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면서 "다음 시즌은 더 재미있는 농구로 90년대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공식 음료 스폰서 협약식 때 모습.(자료사진=KBL)
프로농구를 주관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의 수장 김영기 총재(79)가 입을 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즌에 대한 소감과 뼈저린 반성, 다음 시즌에 대한 다짐 등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김 총재는 7일 CBS노컷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10년 만의 KBL 수장으로 복귀한 첫 시즌에 대해 일단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KBL 전무와 부총재로 리그 출범과 초창기 중흥에 산파 역할을 한 김 총재는 2002-03시즌부터 03-04시즌까지 3시즌 총재를 맡았다가 지난 7월 지난해 10년 만에 다시 KBL 수장으로 돌아왔다.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2014-2015 KCC 프로농구' 시즌. 하지만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 속공과 고득점을 지향하기 위해 도입한 U1 파울(속공 파울) 적용이 애매해 현장에 혼란이 왔다.

플레이오프(PO) 기간까지 판정의 잣대가 오락가락하면서 논란을 빚었고, 챔피언결정전 경기 시간 변경으로 팬들의 불만은 정점을 찍었다. 챔프전 동안 KBL에 대한 비판을 넘어 총재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까지 여러 차례 걸렸다.


이에 대해 김 총재도 통감하고 있다. "시즌 중 여러 가지 불상사가 일어났는데 자성할 부분이고 '시대가 많이 변했구나' 생각도 들었다"면서 "여러 얼룩진 부분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잘못이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고개를 숙였다.

▲"준비 부족 한계…희망도 발견"

'무능행정 물러나라!' 모비스와 동부의 챔피언 결정 1차전이 열린 울산 동천체육관 관중석에 걸린 팬들의 KBL 비판 플래카드.(자료사진=노컷뉴스)
사실 시일이 촉박해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제도와 규정 개정은 10개월 전부터 시행돼야 하는데 지난해 7월에야 부임했다"면서 "국제농구연맹(FIBA) 룰로 바꾸자는 큰 틀은 봤지만 전체적으로 KBL 규정을 손볼 여건이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속공을 끊어 경기 재미를 떨어뜨리는 것을 막기 위한 U1 파울과 시즌 중 도입한 비디오 판독 외에는 실제로 고친 게 없었다"고 강조했다. KBL은 시즌 후반인 지난 2월 2일 비디오 판독을 확대했다. 터치아웃과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 파울(U2) 여부 등이다.

한계도 많이 느꼈다. 김 총재는 "시즌 전과 중간 브레인 스토밍을 수차례 했다"면서 "하지만 기존 제도로 운영되는 경기에 모순들이 많이 느껴졌다"면서 "올 시즌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희망도 발견했다. 김 총재는 "사실 농구 전성기인 90년대의 인기를 되찾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감 속에 시즌을 시작했다"면서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정규리그 5, 6라운드와 PO 때 여러 번 만원 관중이 들어차는 등 열기를 보고 조금만 더 노력해 재미있는 농구를 하면 예전 영광을 회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도 가졌다"고 고무적인 목소리가 됐다.

▲"포웰이 나 때문에 전자랜드와 이별?"

사실 김 총재에 대한 원성이 높아진 단초는 다음 시즌 외국 선수 선발 제도다. 기존 선수와 재계약을 불허하고 원점에서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선발해야 하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 팀에서 국내 프랜차이즈 스타만큼 팬들의 지지를 받는 선수들이 떠나야 할 상황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전자랜드 주장 리카르도 포웰이다. 특히 포웰은 SK와 6강, 동부와 4강 PO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전력에도 믿기지 않는 승부처 집중력과 동료들을 이끄는 강인한 통솔력으로 숱한 명승부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팬들을 향한 진한 애정을 드러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전자랜드 사랑해요' 리카르도 포웰이 SK와 6강 플레이오프를 승리로 이끈 뒤 환호하는 팬들에게 하트로 답례하는 모습.(자료사진=KBL)
그런 포웰은 전자랜드를 떠나야 할 규정 개정에 대해 "나쁘고 끔찍한 규정(bad, terrible rule)"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KBL과 김 총재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점점 끓기 시작한 이유였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모비스), 애런 헤인즈(SK) 등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오해라고 해명했다. 자신이 주장한 것은 장신, 단신 선수(193cm 이하) 제도 부활 및 2명 출전(2, 4쿼터) 부활이었지 드래프트 전면 재시행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기술 농구를 위해 외국 선수 중 단신을 뽑고 출전 시간을 늘리자고 했지만 기존 선수 제외는 내 의견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단들이 현 외국인 선수들 관리가 어렵다는 얘기가 들리더라"면서 "10개 구단의 합의로 전면 드래프트 재시행이 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외국인 드래프트를 폐지하고 자유계약제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불통의 대한 비판에 대해서도 받아들였다. 충분한 해명을 하고 향후 현장과 여론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자세다. 김 총재는 "그동안 여러 사안들에 대해 할 말이 많았지만 하지 못했다"면서 "취재진도 좀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앞으로는 언제든 취재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새 시즌 다를 것" 그러나 더 큰 혼란 올 수도

하지만 다음 시즌 KBL은 올 시즌보다 더 어수선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총재가 도입한 외국인 장, 단신 선수 및 2명 출전 제도가 다시 부활한다. 여기에 김 총재는 새로운 KBL의 롤모델을 바라보고 있다.

'농구는 재미가 있어야 해' 김영기 KBL 총재(가운데)가 지난 2월 전자랜드-SK의 경기에서 이성훈 KBL 이사(왼쪽) 등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자료사진=KBL)
김 총재는 "사실 KBL은 20년 전 출범 당시 미국프로농구(NBA)가 롤모델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변화를 줄 때가 됐다"고 했다. 이어 "40년 동안 발전해온 필리핀이나 최근 인기가 높은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아시아 리그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필리핀 리그에 깊은 인상을 받은 김 총재다. 그는 "필리핀은 가을과 겨울, 또 5월 세 차례 라운드를 하더라"면서 "국내 선수로는 치르는 1라운드에 이어 외국 선수가 가세하는 2라운드, 또 3라운드는 외국인의 출전 시간이 늘어나는데 점점 기대와 재미가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KBL도 이를테면 농구대잔치처럼 국내 선수로만 라운드를 치른 뒤 외국 선수를 보강하고, PO 때는 출전 쿼터를 늘리는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김 총재의 사견이다.

김 총재는 "시즌이 끝났으니 여러 가지로 돌아보고 다각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다음 시즌은 KBL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4월까지 각 구단과 협의를 거쳐 5월 이전에는 새 시즌 준비와 규정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의욕적으로 말했다.

일단 10년 만에 귀환한 김 총재의 첫 시즌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김 총재는 철저하게 반성하겠다고 했다. 과연 KBL이 혼란을 딛고 다음 시즌 제대로 변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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