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는 3월 2일부터 지난주까지 안산에 체류하며 20명의 세월호 유족을 어렵게 심층 인터뷰했다. 또 세월호 참사 이후 처음으로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족 152명을 대상으로 건강 및 생활실태를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월호 가족들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2주간에 걸쳐 독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해 드릴 예정이다. 세월호 유족들이 아직까지 저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더 헤아리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세월호 참사 1년, 유가족들도 침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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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 6개 집을 전전하며 풍찬노숙중이다. 이러다보니 건강에도 위험신호가 켜진지 오래다.
특히 1년이 다 되도록 바다 속 가족을 건져 올리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의 몸뚱어리는 산송장이나 마찬가지다.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의 말이다.
이런 다윤 엄마를 지키고 있는 남편 허흥환 씨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는 "(아내가) 찾기 전에 정신 줄을 놓을까봐 그게 제일 염려가 된다"고 했다.
이처럼 세월호 가족들의 건강상태도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
CBS노컷뉴스와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온마음센터)가 공동으로 세월호 가족 152명의 건강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화불능, 만성두통 등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질환별 응답률은 소화기계질환 64.5%, 근골격계질환 52.6%, 치과질환 41.4%, 만성두통 40.1%, 피부질환 29.6%, 고혈압 22.4% 순이었다.
불면증을 호소하는 유족들도 적지 않았다.
세월호 유족 고영희(43) 씨의 얘기다.
◇ 체중, 식사량 줄어들어…"음식 보면 아이 생각나서"
가족들의 건강악화는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번 건강실태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1%가 세월호 참사 이후 체중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식사량 감소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34.8%가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돼서'라고 답했고 28%는 '음식을 보면 아이 생각이 나서'라고 답했다.
온마음센터 김수진 전문의는 "소화기계 질환, 두통, 근골격계 질환 등에서 유병률이 높게 나왔다"며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인 스트레스성 신체질환이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이 음주와 흡연에 의존하는 경향도 커졌다.
이번 실태조사에서 사고 전후의 음주 변화를 측정해 보니 주 4회 이상 음주회수가 사고 전 2%에서 사고 후 30.9%로 치솟았고, 10잔 이상 주량도 사고 전 7.2%에서 사고 후 30.9%로 역시 대폭 상승했다.
흡연양도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갑 이상 흡연자가 사고 전 4%에서 사고 후 17%로 크게 높아졌다.
세월호 유족들은 이렇게 문드러져가는 육체를 짊어지고 지난 1년간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정부와 힘겨운 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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