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진출 무산에 사령탑 교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팀이 최고 인기를 다투는 KIA와 롯데였다.
먼저 불명예스러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팀은 롯데였다. 지난해 정규리그 최종전에 앞서 김시진 감독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 프런트의 지나친 간섭에 배겨내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이후 프런트의 선수단 불법 사찰 사실이 밝혀지면서 단장과 운영부장이 사표를 냈고, 사장까지 교체되는 등 제대로 홍역을 치렀다.
KIA도 단단히 몸살을 앓았다. 당초 KIA는 시즌 뒤 선동열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선 감독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자진사퇴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문 데 대해 팬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선수의 군 입대와 관련해 여론이 좋지 않게 흘렀다.
두 팀은 올 시즌 전망에서 5강 후보로 꼽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전력 보강보다는 누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롯데는 좌완 에이스 장원준이 FA(자유계약선수)로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고, KIA는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가 입대했다.
▲달라진 호랑이, 고참 끌고 선발진 막강
KIA는 올 시즌 유일한 전승팀이다. 개막 6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분위기를 다잡는 데 일가견이 있는 김기태 감독 부임 뒤 팀이 끈끈해졌다. 홈런 공동 1위(3개) 최희섭(36)과 주장 이범호(34) 등 고참들이 솔선수범해 타선과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마운드의 안정이 가장 큰 힘이다. KIA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ERA) 1.67로 단연 1위다. 나머지 9개 팀은 모두 3점대 이상이다.
에이스 양현종과 스틴슨, 험버에 임기준, 문경찬 등 신진급들이 가세한 선발진이 최강인 데다 메이저리그(MLB)의 꿈을 접고 돌아온 윤석민(29)이 세이브 1위(3개)로 뒷문을 단단히 잠갔다.
분위기도 최고다. LG와 개막 2연전 2차전에서 브렛 필의 끝내기 홈런으로 기세가 오른 KIA는 이후 강력한 선발 야구로 안정감을 찾았다.
▲롯데도 환골탈태…그러나 시즌은 길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이종운 감독이 새로 부임할 때까지만 해도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의혹어린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5승1패로 KIA에 이어 당당히 2위다. 팀 ERA(3.42)와 타율(2할9푼6리) 모두 10개 구단 중 2위다. 투타가 안정됐다.
마운드도 차츰 안정세를 찾고 있다. 린드블럼(ERA 1.50)과 송승준(3.97)에 이어 레일리(5.56)까지 선발진이 승리를 맛봤다. 김성배, 이정민(이상 2홀드), 이명우(1홀드)에 김승회(1세이브) 등 계투진도 제몫을 해냈다.
다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이들 팀은 최근 잘 나가다가 중반 이후 추락하는 모양새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 특히 올해부터 10구단 체제로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까닭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일단 지난해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고무적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난해 큰일을 겪고 난 뒤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KBO 리그는 전력보다 팀 워크, 얼마나 팀이 뭉치느냐에 성적이 크게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KIA, 롯데의 행보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