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26일 오후 도봉산 인근의 컨테이너 야적장에 있는 1.5톤짜리 컨테이너에서 일광공영이 숨겨놓은 각종 서류를 찾아냈다.
검찰이 발견한 컨테이너에는 EWTS 관련 자료 뿐 아니라 이규태 회장이 지난 10여년 동안 벌여놓은 각종 사업과 관련한 자료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4일 구속된 이 회장이 진술을 하지 않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 발견한 각종 자료들이 수사를 확대하는데 적지 않은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이 회장이 EWTS 도입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장비와 시스템을 국산화하겠다며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약 500억여원을 챙기면서 EWTS 수출업체인 터키 하벨산과 공모했는지 여부이다.
한국으로 EWTS 수출이 성사되는데 중개역할을 한 일광공영에게 하벨산이 중개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일광공영의 계열사에 연구개발비를 몰아주는 것에 묵인, 동조하거나 또는 처음부터 공모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하벨산의 대리인인 일광공영이 연구개발의 협력사로 SKC&C를 선정하면서 연구개발 물량의 40%를 자신의 계열사인 일진하이테크와 솔브레인에 재하청주도록 한 점에서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조사 결과 일광공영이 EWTS국산화 연구개발을 전혀 하지 않았고, 지난 2012년 7월 납품한 장비와 시스템은 모두 하벨산 제품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검찰은 그동안 이 회장이 자신의 계열사를 이용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며 사기행각의 초점을 이 회장에게 맞추고 있었지만 하벨산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을 발주한 방위사업청의 관여 여부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검찰은 당초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하면서 "방사청 관계자는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EWTS가 납품된 뒤 실제로 국산화 연구개발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방사청이 검수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점에서 방사청의 묵인이나 방사청을 상대로 한 일광공영의 금품 로비 가능성이 있다.
검찰도 일단 방사청을 사기의 피해자라고 했으나 방사청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며 여지를 남겨 두었다.
검찰은 이르면 오는 30일 이 회장을 구속기소한 뒤 제기된 여러 의혹들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