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싱가포르 조문외교, 아베와의 대화 이뤄질까?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리콴유 싱가포르 전 총리의 국가 장례식에 참석한다. 장례식은 3시간 넘게 진행되는데, 박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조문외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해외 조문은 취임 이후 처음이며 현직 대통령으로서도 지난 2000년 6월8일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 장례행사에 참석한 이래 15년 만이다.

그 만큼 박대통령과 이 전 총리의 각별한 인연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리 전 총리 내외를 “부모님과 같은 정을 주는 분들”이라며 “2006년 회동했을 때 그 분의 눈빛은 여전히 강력했고, 아버지가 살아계신다면 저런 모습일까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했다”고 심경을 밝힌 적이 있다.

이날 국장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 부주석,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박 대통령은 현재 국장 참석 외에 다른 일정은 계획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장례식이 싱가포르 국립대학 문화센터에서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부터 5시 15분까지 3시간 15분 동안이나 진행되는 만큼, 주요 정상들과의 자연스런 만남과 환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주목되는 사람은 아베 일본 총리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인신매매 희생자'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얼핏 진일보한 것 같지만, 행위 주체인 일본 정부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음 달 말 미상하원 합동 연설을 앞두고 본질을 흐리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박 대통령은 최근 한중일 외교 장관과의 접견에서 3국 협력의 복원을 강조한 바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아베 총리의 안부와 3자 협력에 대한 기대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에 박 대통령도 아베 총리에 대한 안부 전달을 당부한 바 있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가 마지막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아베 총리와의 만남과 환담이 이뤄질지, 환담이 이뤄진다면 어떤 얘기가 어떤 분위기에서 오갈지가 관건이다.

장례식에서의 만남인 만큼 두 정상이 긴 대화를 나누기는 어렵지만, 짧은 만남 가벼운 대화라고 해도 내용에 따라 경색된 한일 관계를 푸는데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엄숙하지만 치열하게 전개될 각국 정상들과의 조문 외교 현장에 세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30일 새벽 귀국한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