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야당 텃밭' 관악을 가보니.. 바닥민심은 '경제' 아우성

정동영 29일 출마 최종 결정.. 출마 시 다자구도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관악을의 바닥 민심은 “경제를 살려달라”는 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해법은 각각 ‘지역 발전’, ‘소득주도 경제성장’으로 엇갈렸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불출마’ 입장을 아직 변경하지 않으면서 이번 재보선의 유일한 ‘서울 대전(大戰)’은 여야 1대 1 구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종북(從北) 심판’ 선언한 與...“만년 ‘야당 지역구’ 이번엔 바꿔달라”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오신환 관악을 당협위원장은 CBS노컷뉴스 기자와 만나 “관악구민 입장에서 보면 지난 27년 동안 야당 출신 국회의원들이 배출돼 지역 개발이 정체되고, 낙후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의 재보선 단골 메뉴인 ‘지역 발전론’을 프레임으로 내건 셈이다. 낙후된 근거로는 구관할 내 지하철역 개수가 적은 사실, 상업부지 면적 비율이 타구에 비해 좁은 점 등을 사례로 들었다.

오 후보자는 지난 26일 선거본부 발대식을 개최했다. 후보자와 ‘무상급식’ 반대 운동을 함께 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축사를 자처했다.

그는 축사에서 보궐 선거의 의미에 대해 “북한을 추종해 보궐선거를 촉발한 옛 통합진보당, 그 세력과 연대한 책임이 있는 새정치연합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정치세력 교체 요구는 밑바닥에도 일부 퍼져 있었다. 미성동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김모(56)씨는 “경제가 살아났으면 좋겠다”며 “우리 지역은 계속 한 정당이 당선됐는데 바뀌어서 변화가 일어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7일 “관악구에는 50~60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지지층이 존재한다”며 “얼마나 많은 표를 젊은 세대로 확장하는가가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호남’에서 ‘마지막 보루’로...‘텃밭’ 수성(守成)에 사활 건 野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자는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 실책에 대한 비판에서 이번 보궐선거의 정치적 의미를 찾았다.

정 후보자는 “지역구 상권을 관찰해보면 장사가 잘 안 된다”며 “동네 주민들이 돈이 없으니 물건을 못 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의 주머니를 텅 비게 만든 점이 박근혜정부의 실책”이라며 “서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만들어 주는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신림동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박모(50)씨는 “이번 정부 들어 세금 부담이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며 “소상공인의 이익을 반영해주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털어놨다.

정 후보자는 비록 제1야당의 후보이지만 새정치연합은 관악을에서 만큼은 ‘디펜딩(defending) 챔피언’이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선된 뒤 내리 5선을 지냈다. 이번에 당내 경선에서 패한 김희철 전 의원이 18대 통합민주당 후보로 당선됐고, 19대 때는 야권연대가 성립되면서 이상규 전 의원이 ‘뱃지’를 달았다.

27년간 여당 소속 의원이 당선된 적이 없는 명실상부한 야당의 텃밭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비공식 통계로 보면 호남 출신 인구가 과반에 육박한다”며 “그래서 ‘서울의 호남’이라고 불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공천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선 당내 경선에서부터 지역구 전직 의원 출신인 김희철 전 의원과 맞붙어 ‘0.6% 차’의 신승(辛勝)을 거뒀다.

경선 승리 뒤에는 국민모임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출마설(說)로 마음고생을 했다.

정 후보자는 정 전 장관이 ‘불출마’ 의사를 재확인한 데 대해 “큰 정치인으로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한다”며 “이 지역에서 승리해 서민경제 지킴이로서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책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국민모임 외에도 정의당 이동영 후보, 옛 통진당 이상규 전 의원 등이 출마를 선언하며 다자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막판에는 당선이 가능한 후보를 중심으로 표가 모이게 돼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이 꼭 승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국적으로 재보선 지역구 4곳이 다 힘들기 때문에 관악을 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고시촌 품은 지역구...“‘젊은 표심’ 잡아라”

관악을은 서울대가 위치해 있고, 주변에 고시촌이 발달해 있어 유독 젊은 인구가 많은 지역구다.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관악구에 거주하는 전체 세대 중 30대가 가장 많고, 20~30대를 합치면 구 전체 인구의 38.3%에 달한다.

특히 고시촌이 몰려 있는 이른바 ‘녹두거리’가 속한 대학동의 경우 이들 인구가 47.3%에 육박한다.

새정치연합관계자는 “관악구에 거주하면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30~40대 유권자 상당수가 우리 당의 지지자”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1인가구가 많고 유선 전화기를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숨은 표심이 정 후보자를 향했다는 분석이다.

전통적으로 장년층의 지지를 받는 새누리당의 오 후보자는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젊은 층으로의 ‘표 확장성’을 위해 싱글족들을 지원하는 ‘나홀로가구행복공동체복원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지역 특성상 고시생이 많은 점을 감안해 ‘사법고시 존치’도 공약했다.

하지만 사시 존치 공약에 대한 녹두거리 고시촌의 바닥 민심은 엇갈렸다.

대학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노무현정부 때 도입된 로스쿨 정책이 고시촌 경기를 악화시켰다”며 “당시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불만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조모(35)씨는 “사법고시가 없어져서는 안 되지만 그것과 선거는 무관하다”며 “일개 국회의원 1명이 고시 제도를 없앨 수도, 다시 살릴 수도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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