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희팔 은닉자금 '350억 원 추징' 구형 논란

'사기당한 돈 어떻게 돌려받나'… 피해자들 '술렁’

CBS스마트뉴스팀.
검찰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범죄 수익금 320억 원을 보유한 고철무역 업자에 대해 추징금 구형을 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추징 명령이 확정되면 은닉재산은 일단 국고에 귀속돼 향후 피해 회복 절차가 더 복잡해질 수도 있는 탓이다.

26일 검찰 등에 따르면 조희팔의 범죄 수익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고철무역업자 현모(52)씨 등 12명에 대한 결심공판이 다음 달 1일 열린다.

이날 검찰은 조씨에게서 투자 명목으로 640억 원을 받아 은닉한 현씨에 대해 추징금 구형도 별도로 할 예정이다.

함께 기소된 현씨의 두 동생까지 포함하면 구형 추징액은 36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현씨를 상대로 350억 원의 추징보전명령을 신청했다.

횡령이나 배임 등 피해자가 있는 재산 범죄의 경우 국가가 추징이나 몰수를 할 수 없지만 검찰은 예외 규정을 담은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을 신청 근거로 삼았다.

2013년에 도입된 이 특례법은 피해자들이 재산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범죄 피해 재산이라도 몰수나 추징을 허용한다.

◇ 검찰 실적 욕심에 사태 꼬이나?

결국 검찰은 피해자들의 자기 구제 노력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셈인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씨가 이미 법원 공탁으로 내놓은 320억 원을 둘러싸고 사기 피해자 1만 7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소송전도 앞두고 있다.

게다가 현씨측은 당초 올해 1월 말까지 나머지 320억 원도 추가 공탁하기로 법무사무소와 위임 계약까지 맺은 상태였다.

검찰도 이런 사실을 알았지만 돌연 추징보전 조치를 하면서 2차 공탁이 물거품이 됐다.


현씨의 640억 원 공탁을 줄기차게 촉구했던 피해자들은 술렁인다.

피해자 A씨는 “공탁이 불발된 나머지 320억 원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지 혹시 또 다른 소송을 치러야 하는 건지 막막하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검찰의 실적 챙기기 욕심이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패재산 몰수 특례법’은 해외 도피 사범을 염두에 두고 도입했는데 이번 사안은 성격이 크게 다르다는 것.

대구의 한 법조인은 “현씨는 구속이 돼있고 공탁의사까지 밝혔는데 굳이 자금을 묶어둘 이유가 없었다”며 “검찰이 피해 회복보다 자신들의 실적 쌓기를 더 우선시한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지난 2월 대구지방법원. 조희팔 사기 피해자들이 은닉자금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전례 없어, 추징금 환부 집행 '안갯속'

추징금이 선고되면 검찰이 직접 환부 절차에 나서야 하는데 큰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많다.

몰수특례법 적용으로 추징금 선고가 내려진 전례가 없는 만큼 검찰이 환부 절차를 집행해본 경험이 전무한 탓이다.

더욱이 2만 명 안팎에 이르는 대규모 피해자들을 상대로 검찰이 사람마다 피해액을 산정해 안분배당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도 크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가 검사라면 그런 (추징 구형)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이 뒷감당을 못해 골머리를 싸매는 지경이 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법원 공탁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뒤늦게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피해 회복만 늦어지게 됐다는 비난을 검찰이 다 뒤집어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해 검찰은 “추징금 환부 세부 지침이 정해진 바 없고 공판도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현재로선 입장을 밝히기 힘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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