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은 대기업들이고 다른 곳은 정치권, 그 중에서도 이명박 정권 실세들이다.
검찰은 18일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경남기업과 석유공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남기업이 300억원대의 정부 융자금을 빼돌린 횡령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롯데쇼핑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롯데쇼핑의 임직원 10여명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과 용처 등을 추궁하고 있다. 비자금의 불똥이 롯데 최고 경영진에게도 튈 수 있다.
포스코에 이어 SK건설, 신세계, 동부그룹, 동국제강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포스코 수사는 정준양 전 회장의 비리뿐만 아니라 ‘영포라인’이 주요 타킷이다. 검찰은 MB정권 실세나 측근들의 소유 기업에 대한 포스코의 일감몰아주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포스코의 방만 경영 문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척결 의지가 아주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가 그토록 어렵게 세운 포스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핵심 실세들의 노리갯감이 됐다며 여러 차례 한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포스코의 인수·합병의 비리 등에 대한 수사에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말이 여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일체의 관용이 없을 것이라는 예단이 수사 초기에서부터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부패와의 전면전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2부와 첨단범죄부 등 부정부패 수사 부서가 총동원되고 있다.
횡령과 배임죄란 털면 사법처리되지 않을 기업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기업주들의 횡령과 배임은 거의 일상화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받아들이는 강도는 대기업들을 겨냥한 사정 수사, 옥죄기 수사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익명을 전제로 한 기업의 임원은 “이미 끝난 것으로 안 사안을 들춰 다시 수사 선상에 올리는 것은 의도가 분명하지 않으냐”면서 “기업들은 검찰의 수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정부패 전면전은 깨끗한 국가, 청렴한 공직사회 형성이라는 큰 목표와 함께 공직자 기강잡기와 기업들 움켜쥐기, 그리고 정적 제거 등의 다목적 의도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검찰에 재직하면서 부패 수사를 많이 한 변호사는 “총리뿐만 아니라 대통령까지 나섰다는 것은 정권 차원의 부패 수사일 수밖에 없으며 국정운영 상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도 “청와대가 국정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부패수사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이번 부패와의 전면전은 일석이조의 다목적 포석으로 읽힌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 대통령의 영이 안 서잖아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정의 칼 끝은 결국 MB정권 실세들과 정치권으로 향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역대 정권들이 벌이는 부정부패 수사의 결말은 모두 과거 정권 실세들이나 한물 간 정치인, 그리고 현직 정치인들이 포박에 묶여 교도소행을 했다.
새누리당의 친이계가 정부의 자원외교와 포스코 비리 의혹 수사에 대해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조직적으로 반발할 움직임이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공직자 부패 등 내부 부패를 먼저 엄중히 다뤄야 한다”며 “정권이 바뀌면 수사를 하니 정치검찰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4선의 정병국 의원은 “문제가 있으면 수사하면 되지만 왜 그걸 담화를 하고 수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누가 수사 기획을 했는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고 비판했다.
친이계의 강승규 전 의원도 “국가 정책의 결과를 갖고 나중에 사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자원외교 비리 수사를 못마땅해 했다.
친이계 의원들은 검찰의 자원외교와 포스코 수사는 이명박 정권 죽이기로 규정하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19일 대규모 모임을 가지려던 계획을 취소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가만있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명박 대통령 측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다가 입장을 낸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수사 초기여서 가만히 있겠지만 MB를 겨냥한 게 확실하고 자원외교 전체를 매도하고 나온다면 어찌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패와의 전면전이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친박계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이계 간의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