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를 잃어버린 세대…행복지수는 '꼴찌'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 18] '동요를 잃어버린 세대'

[CBS 라디오 '뉴스로 여는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 송 : CBS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3월 19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 소개할 검색어 키워드는 어떤 겁니까?

= 예, 오늘 소개할 검색어는 이겁니다.

[인서트] 동요 '꽃밭에서'

▶ 아빠하고 나하고 놀던 꽃밭에…. '꽃밭에서'라는 동요 아닌가요?

예 3월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이제 3주가 됐네요. 우리 아이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한창 새 친구를 사귈 때인데요.

오늘은 동심으로 돌아가 ‘동요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검색어 키워드는 ‘동요를 잃어버린 세대’로 정했습니다.

지난 2007년 9월 방송출연을 위해 목동 CBS를 찾은 고 권길상 선생(우)
▶ '동요를 잃어버린 세대'... 그러고 보니, 동요를 요즘 안불러요.

= 그렇습니다. 김덕기 앵커께서도 방금 들으신 '꽃밭에서'를 어렸을 때 많이 부르셨을 텐데요.

사실 이 ‘동요’를 작곡한 권길상 선생께서 지난 주(13일) 미국에서 향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하셨습니다.

권길상 선생께서는 ‘꽃밭에서’ 뿐 아니라 ‘과꽃’, ‘둥근달’, ‘스승의 은혜’와 같은 너무나 아름다운 동요를 많이 만드셨는데요.

제가 동요이야기를 준비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꽃밭에서’가 1953년도 작품이니까 권 선생님의 동요사랑 인생도 60년을 훨씬 넘었는데요.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과꽃’도 한번 들어보시죠.

[인서트] 동요 ‘과꽃’

▶ 어효선 작사, 권길상 작곡 '과꽃'…. 동요는 언제 들어도 참 사람 마음을 맑게 해주는 것 같아요.

= 정말 그렇죠. 방금 들었지만 2절에는 이런 가사들도 나오거든. “과꽃 예쁜 곳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저도 더 늦기 전에 '제 딸과 꽃과 관련된 추억을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데요.

이렇게 동요는 곡도 참 아름답지만 가사 또한 자연과 가족 간의 사랑을 담아 더 오래도록 가슴에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밤늦게 학원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자료사진)
▶ 변이철의 검색어 트렌드 '동요를 잃어버린 세대'라고 했는데 요즘 우리 아이들이 동요와 많이 멀어진 것 같아요.

= 최근 그와 관련된 글을 한편 읽었는데요. 글쓴이는 매주 토요일마다 초등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우리 역사와 신화 읽기’를 가르치는 강삽니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싶을 때 ‘동요 한 곡 부르자’고 제안했더니, 아이들이 인기 가수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대중가요를 부르자’고 조르더랍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우~’ 하고 야유까지 했다는 내용인데요.

요즘 장기자랑과 같은 학교행사에서도 동요를 부르는 아이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 ‘동요를 잃어버린 아이들’... 왜 이렇게 됐을까요?

= 우리 어린이들이 ‘동요’를 멀리 하고 ‘대중가요’에 빠져드는 것이 ‘자발적인 선택’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그만큼 어린이들이 모바일이나 인터넷, 방송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텐데요. 아이들이 대중가요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인데 반해 동요는 그렇지 못하다는 거죠.


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시간과 공간이 없다’... 이것도 아이들이 동요와 멀어지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동요를 부르며 대문놀이를 하는 아이들(출처=유튜브)
▶ '아이들이 마음껏 놀지 못해 동요와 멀어졌다'는 이야긴가요?

= 그렇습니다. 관련해서 지난 2013년 이오덕동요제 참가곡인 ‘여덟 살의 꿈’을 소개해드리고 싶은 데요. 초등학교 1학년이 지은 시에다 곡을 붙여 당시 큰 화제가 됐었습니다.

“나는 사립초등학교를 나와서 국제중학교를 나와서 민사고를 나와서 하버드대를 갈꺼다. 그래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정말 하고 싶은 미용사가 될거다” 이런 내용입니다.

정말 이 아이가 '입시지옥'에서 해방돼 마음껏 놀면서 꿈을 키워간다면, 많은 동요들이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사실 아이들의 노래는 함께 어울려 놀면서 만들어지고 공유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체화되는 것이거든요.

▶ 예전에 즐겨 불렀던 동요들 가운데는 정말 놀이와 관련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우선 여자아이들이 즐겨했던 ‘고무줄 놀이’도 ‘퐁당퐁당’ 같은 동요에 맞춰 했죠.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이 노래도 ‘모래 집짓기’하면서 불렀던 겁니다.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이 동요는 대문놀이를 하면서 불렀고요. 친구들이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죽었니 살았니?“하면 ”살았다!“하면서 막 잡으러 쫓아가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또 친구들과 어깨동무 하고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하면서 앞으로 나가면 상대편 친구들이 뒤로 물러서던 추억도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이렇게 친구들과 재밌게 뛰어놀 시간이 없으니 동요를 부를 기회도 없어지는 거죠.

또 아파트 숲과 학원건물을 오가며 생활하다보니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동요가 아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낯설 수도 있을 겁니다.

▶ 동요를 잃어버린 세대... 행복도 같이 잃어버린 건 아닐까요?

= 그렇습니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행복지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도 ‘꼴찌’ 수준인데요.

2012년 자료를 보니까 OECD 평균 행복지수가 100인데 우리는 69였습니다. 우리보다 한 단계 위인 헝가리는 84를 기록했는데 헝가리와도 차이가 아주 컸습니다. 한마디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 '기성세대'의 책임이 큰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어떻게 동요를 되찾아줄 수 있을까요?

= ‘꽃밭에서’를 작곡한 권길상 선생께서는 지난 2007년 9월에 목동 CBS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 이런 말씀을 하셨더군요.

“먼저 어른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해야 어린이들도 안정될 수 있다, 아이들이 대중가요를 따라 부르는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정서가 불안한 어른들을 보고 배운 것이다. 어른들이 먼저 가정에서 동요를 애창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요.

소파 방정환 선생은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 누르지 말자. 삼십년 사십년 뒤진 옛 사람이 삼십년 사십년 앞 사람을 잡아끌지 말자”고 하셨습니다. 모두 곰곰이 새겨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변이철의 검색어트렌드, 동요를 잃어버린 세대. 노컷뉴스 변이철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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