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이 '사정 칼날'을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친이계의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친이계 한 중진의원은 13일 CBS와의 통화에서 "공직과 재계의 기강을 잡겠다는 취임일성으로 이해는 되나, (자원외교에 대한) 난데없는 전쟁 운운 탓에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이 총리는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배임, 부실투자 등은 어려운 국가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방위사업 비리,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등과 함께 자원외교까지 척결 대상으로 지목했다.
한 재선의원도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가 벌어진 마당에 굳이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미리 부패로 규정한 건 문제"라며 "단일대오를 이뤄야 할 판에 이런 식이면 분열과 갈등의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야당에게 공세의 빌미만 만들어 줬다"고 비판했다.
전 정부 고위직 출신인사도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며 이 총리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 등 친이계 내부는 격앙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계파갈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전쟁 선포'가 여당과의 사전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정갈등 소지마저 엿보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총리 담화는 정부 혼자 치고나갔다"며 "당정청 구도에서 주도권 확보 노력을 해온 당의 입지가 흔들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총리가 이 시점에 왜 그런 발표를 했는지 전혀 내막을 모른다. 내용을 알아봐야겠다"며 말을 아꼈다.
갈등확산 우려가 불거진 가운데 김무성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가고 있다"고 정부 지지입장을 밝히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조사고, 수사는 수사다. 별개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