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의 우위를 앞세운 SK에 패배를 안긴 전자랜드가 마치 한중전 양상처럼 흘렀다는 것이다. 한국은 항상 만리장성 중국의 높은 벽에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빠른 발과 외곽슛으로 대어를 낚을 때도 종종 있었다. 문 감독은 "가드, 포워드들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자르고 빼주고 하는 모습이 예전 한국 대표팀 같았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문 감독이 현역 시절 중국 격파의 선봉에 섰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기가 2002 부산아시안게임 결승전. 당시 한국은 야오밍(227cm)이 버틴 중국과 연장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문 감독은 199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때도 중국을 넘어 우승에 일조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198cm 신장으로 200m대 장신과 맞섰던 전희철 SK 코치가 당시 대회 최우수선수(MVP)였다.
이에 맞서는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여전히 빠른 몸놀림과 외곽 공격을 주문했다. 유 감독은 "신장의 열세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골밑을 공격하기는 한계가 있다"면서 "힘이 들더라도 빨리 움직여서 외곽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1차전에서 전자랜드는 3점슛 14개(성공률 58%)를 터뜨리며 승리를 거뒀다.
2차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SK는 1차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빠지는 만큼 신장의 우위를 최대한 이용할 요량이었다. 문 감독은 "우리 슈팅 가드와 포워드가 움직임이 뒤지기 때문에 코트니 심스(206cm), 김민수, 최부경(이상 200cm), 박승리(198cm), 박상오(196cm) 등 신장으로 밀고 가겠다"고 말했다.
▲4쿼터 패색 뒤집고 극적 승리
SK의 승부수는 초반 통했다. 1쿼터 리바운드 13-6의 우위를 앞세워 25-20 리드를 잡았다. 페인트존 득점에서 10-4로 앞서는 등 제공권을 장악했다. 2쿼터 55초께는 김선형이 원 핸드 덩크를 꽂으며 27-20으로 리드하며 기세를 올렸다 .
하지만 전자랜드의 반격은 더 거셌다. 2쿼터 날랜 가드들이 코트를 휘저었다. 정병국과 박성진 등이 잇따라 골밑을 돌파하며 5점과 4점을 올려줬다. 여기에 손쉬운 골밑 패스를 받은 레더가 미들슛까지 터뜨리며 11점을 몰아쳤다. 2쿼터는 오히려 한 발 더 뛴 전자랜드가 리바운드에서 12-4로 압도했다. 43-37로 뒤집은 채 전반을 마친 원동력이었다.
4쿼터에도 SK의 골밑 위력은 이어졌다. 김선형의 앨리웁 패스를 김민수가 골밑 2점으로 연결했고, 최부경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 손쉬운 골밑슛을 넣었다. 심스까지 속공에 가세한 SK는 종료 7분 5초 전 64-58로 앞서갔다.
하지만 전자랜드의 반격은 더 끈질겼다. 종료 4분 5초 정효근의 3점포로 65-66, 1점 차로 추격했고, 종료 1분 50초 전 박성진의 3점포, 50초 전 포웰의 스핀 무브에 이은 2점슛으로 72-72 균형을 맞췄다.
SK는 종료 40초 전 결정적인 한방을 꽂았지만 전자랜드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심스의 스크린을 받은 김선형이 3점포를 터뜨렸으나 전자랜드는 포웰이 골밑 레이업슛으로 74-75로 따라붙었다.
그러자 SK가 흔들렸다. 김선형과 박승리가 잇따라 자유투 4개를 실패한 사이 포웰이 종료 6.5초 전 스핀 무브 레이업 역전 결승골을 넣으며 극적인 역전승을 마무리했다. 76-75, 그야말로 중국을 무너뜨린 한국의 기적을 보는 듯한 드라마였다. 포웰은 4쿼터 8점 포함, 이날 양 팀 최다 18점을 넣었다.
5전3승제 시리즈에서 2연승을 거둔 전자랜드는 하루를 쉰 뒤 오는 13일 홈인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3차전을 치른다. 벼랑에 몰린 SK는 헤인즈의 복귀 여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