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터지자 검찰은 테러의 여지가 있다며 공안부에 사건을 배당한 뒤 특별수사팀을 꾸렸고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서적과 간행물 등 200여점 가운데 이적성이 의심되는 책자 등 30여건을 외부 전문기관에 감정 의뢰했다.
김씨는 북한 서적을 소지한 경위에 대해 자신이 북한을 연구하는 석사과정에 있고, 통일 관련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이번 범행과 이적표현물 소지의 직접적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수사는 김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현행법상 김씨가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 등을 단순 소지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지만 국보법 위반을 목표로 '종북몰이식' 수사에 공을 들이는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이적성이 의심되는 책자를 가졌다는 이유로 이미 구속된 김씨에게 국보법 위반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은 전시성, 여론몰이 수사"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사안의 위중함을 핑계로 수사당국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몰아붙이는 모양새다.
경찰이 김씨로부터 남한에 김일성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진술을 유도한 뒤 이를 언론에 흘리는 작위적인 행태도 그 방증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민족주의자에게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여 처벌을 한다고 한미동맹이 더욱 견고해지고 리퍼트 대사가 만족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적성이나 배후세력의 규명이 검경의 본연의 업무라는 걸 인정하더라도 이미 시민단체에서 따돌림을 당한 체 자기세계에 빠져 있는 인물의 돌출행동에 대해 공안몰이를 한다면 이 또한 그에게 훈장을 달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나서 리퍼트 대사 피습이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이라고 했지만 이 사건 때문에 한미동맹에 균열에 생길 거라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지 않을 것이다.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리퍼트 대사의 쾌유를 비는 부채춤과 난타 공연이 벌어진 이 공간에서 반전과 평화의 목소리 또한 위축되어선는 안된다. 한미 동맹은 그런 다양성을 인정한는 민주사회의 토대를 굳건히 하기 위한 초석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테러라는 표현을 쓰지 않음에도 공공연하게 테러 운운하며 정치적 셈법을 따지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종북놀이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
정작 당한 사람은 의연한데 주변의 호들갑이 도를 넘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