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충북이 가축전염병의 취약지역이 된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그동안 정부는 구제역 백신접종을 소홀히 한 농장의 책임이 크다며, 병리학적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확산되자 뒤늦게 도축장과 축산관련 차량을 통한 수평전파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충북지역 축산농가들은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충북이 지리적 특성 때문에 경유 차량이 많은데다 대형 도축장도 몰려 있어 그만큼 가축전염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구제역과 AI 피해보상 협의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놓고 논란이 될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 충북, 가축전염병 창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2월 3일 충북 진천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지난 4일까지 전국 6개 시.도, 28개 시.군에서 모두 127건의 구제역이 발생해 11만 4천여 마리를 살처분했다고 6일 밝혔다.
이 가운데, 충북에서 34건이 발생했다. 여기에, 충북 경계지역인 경기도 이천과 안성, 충남 공주, 천안까지 포함하면 80건으로 늘어난다. 전체 구제역의 63%에 달하는 규모다.
고병원성 AI도 유독 충북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음성 맹동지역에서 발생한 이후 지난 4일까지 충북에서만 35개 농가에서 의심축 신고가 들어왔다.
이 중, 21개 농가는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고 2개 농가는 음성, 나머지 12개 농가는 검사 가 진행중으로 닭과 오리 50만 8천마리가 살처분됐다.
◇ 정부 "구제역 전파 차량이 주범"
농식품부는 그동안 구제역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축장과 축산관련 차량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 분석됐다고 밝혔다.
농장간 전파 경로는 가축운반차량이 54.7%로 가장 많았고 사료차량 18.9%, 인근전파12.6% 등이었다.
또, 농장별 감염원은 도축장이 45.3%, 기존 발생농장 24.2%, 오염지역 18.9%, 사료공장11.6% 등의 순이었다.
◇ 전염병 피할 수 없는 지리적 취약지
정부의 이번 역학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토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충북은 가축전염병의 최대 취약지일 수밖에 없다.
주요 고속도로와 국도, 지방도가 충북을 관통해 경유 차량이 그만큼 많이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충북은 국내 최대 규모의 농협 음성도축장과 한국냉장 청주도축장 등 대형 도축장이 몰려 있다.
농식품부 이천일 축산국장은 "정부가 농장 입지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충북지역 농장의 경우는 지리적으로 가축전염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국장은 "정부가 그렇지 않아도 가축의 생산, 유통 시설을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차단방역에 적극 나서는게 현재로썬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충북지역 축산 농가 "우리가 최대 피해자"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김진환(54세, 충북 진천)씨는 "아무리 백신접종을 해도 주변이 온통 구제역 바이러스 투성이인데 어쩔 도리가 없다"며 "농가의 책임도 있지만 차단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지자체와 정부의 책임도 크다"고 주장했다.
충북 음성에서 오리를 사육하는 최경수(62세)씨는 "AI가 발생하면 싹쓸이 살처분하는데 정부가 80%를 보상해준다고 해도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전염병을 옮기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모든 책임을 농장주인이 져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책임 소재는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고 불만을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다음달 말까지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을 '도축장 일제 소독의 날'로 지정해 집중 세척과 소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가축과 사료운반 차량을 대상으로 구제역 바이러스 유무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해 문제가 드러나면 7일 이상 농장 출입을 금지시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역별 축산차량 이동량을 조사해 차량 이동이 많은 지역에 대해선 거점소독장소를 추가 설치하거나 조정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