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을 처리한지 하루만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입에선 법 개정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입법 미비점, 부작용에 대해 겸허한 자세로 모든 목소리를 듣고 1년 반 준비 기간동안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는 것이 유 원내대표의 말이다.
법사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은 "부정청탁의 규정들이 너무 졸렬해 법률가인 제가 봐도 뭐가 된다는 건지 뭐가 안 된다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고,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도 "김영란법은 양당 지도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 이렇게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듯이 심사를 하다보니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법을 만들고 처리한 정치권에서 이런 반응이 나오니 김영란법은 법으로서 '권위'를 벌써부터 상당부분 잃게 됐다.
애초 좋은 취지에서 출발한 김영란법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등 법 적용 대상자들 사이에도 김영란법이 '태생부터가 온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학중.고교법인 협의회 등에선 이미 헌법 소원 청구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애초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만든 법안이 가장 완결성이 높았다"며 "국민 여론에 밀려 떠밀려서 후다닥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안은 논란의 핵심인 언론과 사학 임직원이 포함되지 않았고, 금액과 상관없이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아 더 일관성이 높았다. 또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문원들에게만 제3자를 대신한 청탁을 허용한 것도 국회에서 바뀐 내용이다.
심도있는 논의없이 가족의 범위를 민법상 가족에서 배우자로 좁힌 것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명품가방을 며느리가 받아서 배우자가 쓰면 되겠네"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여의도에서 회자되고 있다.
시기는 장담할수 없지만, 여야가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개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제는 개정 과정에서 법이 또 어떻게 변질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김영란법 수정→위헌논란 촉발→후퇴한 내용으로 개정'의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없지 않다.
한 법조인은 "결과적으로만 보면 위헌 논란을 일으켜 법을 수정해야 되는 상황이 왔다"며 "애초 여론에 등 떠밀려 법을 만든 정치권이 법을 후퇴시킬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