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디플레 우려에 큰 걱정"… 정부 입장 바뀌나

"지금 세입수준으로는 복지확대 불가능"…증세 가능성도 열어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수요포럼에서 조찬강연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노컷뉴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저물가 상황이 오래 가서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동안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해오던 정부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또 현재 세입 수준으로는 추가적인 복지확대가 불가능하다며 "복지확대 등은 국민적인 컨센서스(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증세 논의도 가능성을 열어놨다.

최 부총리는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조찬강연에서, "서민 입장에서 물가가 떨어지면 좋지만 2월 물가는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전체 물가는 마이너스로 파악된다"며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참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물가 상황에 대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현재 심경을 토로했다. 최 부총리는 강연이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아직 디플레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저물가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적인 문제도 있어서 유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해, 현재의 저물가 지속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동안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해오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는 모습이다.

◇ '증세없는 복지 불가능' 사실상 인정

최 부총리는 이어 "예년과 달리 최근 5~6년간 경제성장률이 답답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들은 고도성장기 기대감이 형성돼 있어 답답하시겠지만, 고도성장기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복지 확대도 현재의 세입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복지지출은 매년 10%대 이상 늘어나는데 세입증가율은 2%대도 안 돼, 이대로 가면 유지하기 어렵다"며, "복지 확대 등은 사회적인 컨세서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 과감한 대학구조조정도 강조

한편, 최 부총리는 "국내 경제상황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주식 등 실물자산 가치가 하락하지 않도록 연착륙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 주식시장의 배당성향 증대정책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아울러 국내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근로자 실질 임금이 올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9%였지만 공무원 월급은 이보다 2배인 3.8% 인상했다”며 “이는 임금인상 없이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해 대학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눈길을 끌었다. 최 부총리는 "과감한 대학 정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와 협의해 정원을 줄이는 대학에 대해선 과감한 재정지원을 하겠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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