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이트크롤러'와 한국의 인턴기자들

뉴스 생산구조에서 인턴기자의 존재 이유는?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당신이 보고 있는 뉴스는 진실인가?', '뉴스의 가치는 시청률과 조회수에 달려 있는가?' '주인공이 추구하는 섬뜩한 자본주의 성공방정식에 동의하는가?' '지금의 뉴스 생산구조에서 인턴기자의 존재 이유는 뭔가?'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나이트크롤러(nightcrawler)'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들을 던진다. 이 가운데 '인턴 문제'도 숨 가쁜 영화 스토리 전개에서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철근과 맨홀 뚜껑을 훔쳐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주인공 루이스(제이크 질렌할 분)는 고물상 사장에게 '인턴'으로라도 채용해 달라고 간청했다가 퇴짜를 받는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년 릭을 인턴으로 채용해 특종이 될 만한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TV 방송사에 파는 일에 뛰어든다.

루이스가 '인턴'을 다루는 방식은 자본주의의 비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력을 쌓을 기회를 줄 테니 쥐꼬리 봉급을 감수하라는 '열정페이'의 불편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루이스는 인턴 릭에게 최저 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하루 30달러를 주면서도 거친 말투와 고압적인 지시를 예사로 쏟아낸다.

인턴 릭이 이에 불만을 품고 "불법행위를 신고하겠다"며 "수익을 반씩 나누자"고 루이스를 압박하자 루이스는 비정한 방식으로 그를 아예 제거해버린다.

영화 속에서 인턴 '릭'의 인생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난다. 치열한 뉴스생산 시스템의 최선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했지만 결국은 언제든 쓰다 버릴 수 있는 '소모품'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인턴기자들은 '릭'과는 다른 대우를 받을까.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묘사한 인턴을 둘러싼 '갑을관계'가 더 아프게 다가온다.

적지 않은 한국의 언론사들이 현재 인턴기자를 채용하고 있다. 인턴기자의 주 업무는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검색어 기사를 쓰는 것이다.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베껴 쓰고 기사를 짜깁기하고 제목만 고쳐 다시 쓰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트래픽을 올리는 기계에 불과했다'며 자괴감에 괴로워하는 인턴기자들에게 한국언론은 아직도 반성의 빛이 없다.

주인공 루이스는 인턴 '릭'을 제거한 뒤에도 승승장구하며 오히려 인턴채용을 더 확대하면서 영화 '나이트크롤러'는 끝이 난다.

한국언론도 마찬가지일까. '기자의 꿈'을 품고 들어온 인턴기자들을 의미 없는 검색어 기사 생산에 내모는 언론사의 앞날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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