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들의 정서는 아랑곳 않는 미국 측의 처사가 도를 넘어섰지만 외교부는 이에 대해 한 마디 항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셔먼 차관 발언에 따른 미국 국무부의 논평 등을 거론하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포함한 과거사에 대해 한미 간에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2일(현지시간) 부대변인 논평과 서면논평을 통해 셔먼 차관의 발언은 미국 정책의 어떠한 변화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중일 과거사에 대한 셔먼 차관의 양비론적 비판이 일본 편들기 논란을 낳자 한미 양국 정부가 황급히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셔먼 차관의 발언은 내용에 대한 해석 여부를 떠나 표현 자체만으로도 이미 외교적 결례를 범하고 있다.
그는 동북아 3국의 정치 지도자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값싼 박수"를 받는 "도발"을 하고 있다는 '망언'에 가까운 표현을 했고, 문맥상 그 지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국 국가원수가 모욕을 당했는데도 외교부는 애써 못 본 척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는 미국 국무부 서열 3위인 정무차관이다.
셔먼 차관의 발언이 미국 공식 입장과 다르다면, 셔먼 개인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는 해명이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도 생략됐다.
노광일 대변인은 "우리가 이 자리에서 문제가 있다 없다 판단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고만 답변했다.
셔먼의 발언에 대한 '유권해석'을 온전히 미국에 맡겨놓는 것도 문제다.
노 대변인은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미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석이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를 읽을 줄 아는 많은 국민들은 셔먼의 발언이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도 외교부는 그게 아니라고 '대리 해명' 해주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외교"라고 지적했다.
또 외교부가 미국과 입장 차가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