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67세인 이 신임 실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당시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맡는 등 원조 친박계 원로그룹에 속한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직책을 맡지는 않았지만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 고문으로 여러 조언을 하며 대선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이 실장은 대선 이후 주(駐) 일본대사를 거쳐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원장으로 발탁됐고 이번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뜻으로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 실장의 역할이 전임 김기춘 비서실장 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 정치권과 소통하는 '개방형' 비서실장 기대
우선, 김 전 비서실장이 소통보다는 내부 단속이나 결속을 강조한 '은둔형' 비서실장이었다면 이 신임 실장은 '개방형' 비서실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비록 이 실장이 국회의원을 역임하지는 못했지만 지난 1985년 민정당 총재 보좌역으로 정치권에 뛰어든 이후 오랫동안 여의도 정치권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친분이 두터운 것은 물론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엔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 등 '386' 정치인을 비공개로 지원해 야당 인사들과의 교류 폭도 넓은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이후 특정 친박계 인사를 제외한 여의도 정치권과 담을 쌓고 지낸 김 전 실장과 달리 당·청 관계는 물론 대야 관계에서도 융통성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남북·한일관계 개선 역할 기대 높아
정치권과의 관계 못지 않게 박근혜 정부 2년동안 꽉 막혀있던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를 풀어가는데도 이 실장이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이 실장은 현 정부들어 국정원장과 초대 일본대사를 지냈고, 김영삼 정부 당시 안기부(현 국정원) 제2차장, 외교부 본부대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 남북관계와 대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 옆에서 외교·통일 정책을 조언하기에 적절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 실장은 지난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남북관계와 관련해 "북일 간에도 대화를 하는데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원장으로 임명되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실장을 잘 아는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 실장은 매사에 신중하고 합리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유연성을 가져야 하는 입장을 가진 비둘기파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 실장이 일본 게이오대에서 객원교수를 지내고 주 일본대사를 역임한 일본통이라는 점에서 대일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에게 조언할 것으로 보인다.
◇ 이 실장 조언자 역할은 朴대통령에 달려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데 주력했고 그 결과 현재와 같은 국정 난맥상이 발생한 만큼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도록 조언해야 한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로 재직할 당시부터 정무적 조언을한 '멘토'로 알려진 만큼 당 안팎에서도 이 실장이 이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이 실장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보다 김 전 실장 당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으로 비서실장의 역할을 제한한다면 이 실장의 임명으로 인한 기대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 있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 그룹인 7인회 멤버들 조차 실제로는 박 대통령 앞에서는 제대로된 조언을 하지 못했다"면서 "이 실장이 멘토 역할을 할 지 여부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 달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