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1 (06:00~07:00)
■ 방송일 : 2015년 2월 26일 (목) 오전 6:38-47(9분간)
■ 진 행 : 김덕기 앵커
■ 출 연 : 변이철 (CBS 노컷뉴스 문화연예팀장)
▶ 오늘 소개할 검색어 트렌드는 어떤 건가요?
= 구약성서에 나오는 지혜로운 왕인 ‘솔로몬’을 빗댄 신조언데요. ‘쓸로몬’입니다. 자신 만의 쓸모를 찾아 가치를 부여하는 지혜로운 젊은 소비자를 말합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펴낸 ‘2015 20대 트렌드 리포트’에 나오는 말인데요. 20~30대의 소비트렌드는 보통 10년 후에 사회전체의 트렌드가 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 ‘쓸로몬’... 재밌는 말인데요. 아무래도 젊은 세대의 소비트렌드를 이해하려면 먼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정말 중요한 대목인데요. 김덕기 앵커께서는 점심 식사 후에 카페에서 밥값과 거의 맞먹는 브랜드 커피를 마시는 젊은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제 주변의 40~50대들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아니냐” “자판기 커피를 마시지 그 비싼 커피를 왜 마시냐” 뭐 이런 반응이 많더군요.
하지만 젊은 세대의 생각은 틀립니다. 카페에서는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습니다. 또 스터디나 업무 공간이자 데이트 장소입니다. 여기에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있는 휴식공간이죠.
그러니까 기성세대는 “비싼 커피 한 잔을 소비한다”에 주목하지만 ‘쓸로몬’은 카페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가치를 소비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 인식의 차이를 줄여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럼 청년층의 소비트렌드를 구체적으로 한 번 살펴볼까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 예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이 ‘묵직한 소유’를 내려놓고 ‘가벼운 소비’로 몰리고 있다” LG 경제연구원 황혜정 연구위원이 최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냈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가구공룡인 ‘이케아 열풍’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습니다. 이케아의 가장 큰 매력은 가구를 자주 바꿀 수 있다는 건데요. 쓸 만한 품질의 제품을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가구 한 번 사시면 최소 10년 이상은 잘 쓰실 수 있습니다” 뭐 이런 홍보멘트는 더 이상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들에게는 무엇을 소유하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정기간 동안 얼마나 잘 쓰고 잘 즐기느냐가 더 가치 있다고 받아들이는 거죠.
= 그렇습니다. 유니클로와 자라, H&M 등 패스트 패션 제품도 2030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2030세대들은 장롱 속에 오래 두고 입을 옷보다는 유행이나 필요에 따라 한 두 시즌 입고 버릴 수 있는 부담 없는 가격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패스트 패션은 점포까지 직접 운영하는 의류회사가 소비자의 유행이나 요구를 재빨리 반영해 단기간에 대량 공급하는 의류를 말합니다.
요즘에는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 한복도 1만~3만원 사이의 패스트패션 제품을 많이 사준다고 합니다.
패스트 패션의 강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유명 여성 의류소매업체인 웨트실(Wet seal)과 델리아스(Delia's), 뎁(Deb)이 H&M과 포에버21 등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 손님을 뺏겨 잇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하며 몰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 자신 만의 쓸모를 찾아 가치를 부여하는 젊은 소비자를 뜻하는 ‘쓸로몬’... 또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 앞서 ‘가벼운 소비’를 2030세대 소비트렌드의 한 특징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또 다른 특징은 ‘공유와 대여’...그리고 ‘경험’입니다.
세계 최대의 숙박시설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의 창업자 조 게비아는 “지난 백년이 대량생산의 시대였다면 다가오는 백년은 공유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청년층 소비자는 특정 물건을 굳이 비싼 비용을 주고 소유하기 보다는 공유나 대여라는 방식을 통해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집과 차 노트북, 그리고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현재 공유경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 기성세대들은 다른 건 몰라도 “내 집과 내 차 정도는 꼭 장만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요... 격세지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그렇습니다. 특히 ‘카 셰어링’은 공유문화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카셰어링 업체인 ‘그린카’와 ‘쏘카’의 경우 2013년 3월 각각 회원수가 7만 명과 8천 명에서 지난해 9월에는 26만 명과 23만 명으로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20~30대 비율은 약 80%에 달한다고 합니다.
특히 20대의 경우에는 해외여행 시 숙소도 공유의 대상입니다. 카우치 서핑이나 에어비앤비처럼 현지인이 사는 집 일부를 빌리는 서비스를 점점 많이 이용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또 ‘셰어하우스’라고 하죠.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살면서 주방과 거실, 화장실을 공유하는 주거방식인데요. 최근에는 기숙사 부족과 비싼 월세 등으로 셰어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셰어하우스 업체인 ‘우주’의 경우는 문화, 예술, 음식, 창업, 스포츠 등 다양한 관심 분야에 다라 테마하우스를 운영하고 있고요. 보더리스 하우스는 외국인과 함게 지낼 수 있도록 입주자를 선정하기도 합니다.
▶ ‘공유와 대여’가 젊은이들의 중요한 소비패턴이라고 하셨는데... 외국도 비슷하겠죠.
= 그렇습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상당수가 렌털로 생활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집이나 차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의류도 렌털합니다.
‘렌트 더 런웨이’라는 의류 대여업체가 있는데요. 드레스나 귀고리, 목걸이, 팔찌와 같은 액세서리를 구매가격의 약 3% 비용으로 빌려주고 있습니다.
이 업체는 지난 2009년에 처음 등장했는데 2년 만에 회원수가 300만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회원수가 약 500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젊은 세대에게는 소유란 개념이 영구적으로 무언가를 갖는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기간 동안만 경험하고 체험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가벼운 소비’, ‘공유와 대여’로 요약되는 젊은 세대 소비트렌드의 배경은 뭘까요?
=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관련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34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리세션 세대’가 등장했는데요.
이들은 서브프라임사태 등 큰 경제 위기를 통해 집이나 자동차 등 큰 돈이 들어가는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벼운 소비’와 ‘공유와 대여’ 같은 유연한 소비패턴이 확산됐다는 분석입니다.
우리나라도 삼포세대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다. 경기침체로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말인데요. 요즘에는 인간관계와 집까지 포함해 5포세대란 말도 있더군요.
이렇게 경기침체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낮을 때에는 목돈이 들어가는 소비보다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나 특별한 경험을 위해 젊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