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국가보훈처는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2월 23일은 제108주년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이다. 국채보상운동은 1904년 일제의 고문정치가 시작되면서 경제가 파탄에 이르자, 1907년 대구에서 서상돈, 김광제 선생 등이 중심이 되어 의연금을 모아 일본에 진 빚을 갚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운동이다"고 설명하며 "남녀노소, 빈부귀천, 종교를 뛰어 넘어 한말 최대의 민족으로 전개된 국채보상운동이 2015년에 재현된다면 어떤 것을 기부할 수 있을지 댓글을 달아달라"고 이벤트를 공지했다. 또한 이벤트의 경품으로는 아이스크림 교환권을 내걸었다.
이어 "헤어진 남자친구와 했던 커플링을 기부하겠다", "아내 몰래 감춰두었던 비상금을 모조리 기부할 것"이라는 예시 댓글을 올리며 "예시 내용처럼 톡톡튀는 기부내용을 댓글로 달아 2015년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해달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부를 하라는 내용은 아니지만 체감물가의 상승과, 고용·노후 불안, 가계부채의 증가 등 국민 대다수가 경제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부채는 1,060조 3,000억으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게다가 지난 1년간 가계대출 규모는 64조원을 넘어 국민 1인당 2,150만원 가량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본에 진 빚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상황이 전혀 다른 상태에서 진행되는 이번 이벤트에 네티즌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득권층 면세해주고 이리저리 서민들 굴릴 생각만 하다가 맞은 경제난을 또 우리보고 갚으라 한다"면서 "이벤트인 척 여론조사 하지 말아라"고 비난했다.
다른 네티즌은 "역사적으로 국채보상운동은 기억해야 할 일이고 이번 이벤트가 그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불황에다가 세금이 올라서 살기 팍팍한 시점에 국채보상운동을 꺼내며 이런 이벤트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꼬집어 말했다.
또 중학교 국사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라며 "하층민들의 푼돈이나 금가락지, 금비녀가 모여봐야 목돈이 될 수도 없었던 데다가 당시 국채보상운동에도 상층민, 귀족, 명문가, 부호 등의 참여는 매우 저조하였다고 한다"고 비꼬아 비판하는 네티즌도 보였다.
이외에도 "나의 학자금 대출을 기부하겠다", "음식물 쓰레기를 기부하겠다" 등의 이벤트를 비꼬는 댓글도 끊임 없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