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로 3년 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라는 6대 권력기관과 기획재정부 등 주무 부처의 장차관 출신들을 보면 영남 출신이 60%가량 된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민정특보, 인사비서관 등 핵심 자리는 모두 영남, 그 가운데서도 대구·경북(TK) 출신들이다. 6대 권력기관장 가운데 비영남 출신은 이병기 국정원장이 유일하다.
이번에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검찰 고위직을 보면 지역 편중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김수남 대검 차장과 박성제 서울중앙지검장은 TK출신들로서 차기 검찰총장에 가장 근접해 있는 후보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방식의 특정지역 독식 인사를 5년 내내 한다면 대한민국의 공직사회 분열과 갈등을 넘어 정치적·사회적 대립은 더 심화되면 됐지 완화되지 않는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박근혜 정권만 영남 독식 인사를 했느냐고 반문을 한다.
이명박 정권도 마찬가지였고, 노무현 정권도 초창기엔 호남 출신들을 중용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중후반기에 갈수록 영남, 특히 부산경남(PK) 출신들이 권력의 핵심 자리에 포진했지 않느냐고 항의한다.
김대중 정권에서는 호남 출신들이 청와대와 4대 권력기관장 자리를 대거 차지함으로써 또 다른 특정 지역 인사 독식 현상을 불러왔다.
김영삼 정권 때는 검찰총장, 법무장관, 경찰청장, 국세청장, 국정원장이라는 4대 권력기관장을 PK 출신들로 도배질 한 적도 있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 별반 차이가 없이 특정 지역 독식과 특정 지역 출신 홀대를 노골화했다.
TK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대구·경북 출신이, PK 출신이 잡으면 부산.경남지역 출신이 권력의 핵심 자리를 차지한다면 지역갈등은 언제 해결되고 국민의 에너지를 제대로 모을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TK, PK 출신이 아닌 지역의 공직자들의 한숨소리가 자심하다.
이번 검사장 인사에서 탈락한 한 검사는 “운이 없다고 자위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며 분루를 삼켰다.
검찰만이 아니라 경찰과 국세청, 국정원, 기재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머지않은 장래에 장차관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영남 출신, 특히 호남 출신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굴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인사 때마다 그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고 한다.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이자 명지전문대 총장은 지난해 5월 8일 ‘사회통합과 균형적 인재활용’이라는 주재의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는 5대 권력기관장 인사에서 사회통합을 위한 탕평인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통합은 최고통치권자의 통합신념에 대한 확고한 정책성과 실천의지에 성패가 달려있다"면서 "검증 안 된 사람들이 너무 쉽게 관직에 올라 국민의 불신을 사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론자로 나온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은 "총체적인 국가재점검은 대통령과 정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합, 대탕평을 말했던 후보시절로 돌아가되 국민을 향한 겸손한 자세가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는 "불균형 인사는 사회갈등을 유발시키며 원천적으로 법과 제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지역, 학교,성 등에 따른 불균형을 해소하고 동시에 능력있는 인재를 활용해 조직이나 국가가 추구하는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치학자들이나 사회학자들은 이명박 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영남 독식 인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그 흔한 성명서 한 장 내지 않는다.
문재인 대표는 그 어떤 의제보다도 특정 지역 편중 인사의 해결을 위해 신발 벗고 나설 위치에 있음에도 '오불관언'으로 일관한다.
당 대표 경선 때 이완구 총리 후보자 발탁에 대해 ‘호남 총리론’을 거론했다가 새누리당 충청 출신 의원들과 충청도 여론의 뭇매를 맞아서 그런지 당 대표가 된 이후 박근혜 정부의 편중 인사, 청와대의 검사 편법 차출에 대해서도 비판을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호남 상륙작전'으로 표현했다가 다른 주자들로부터 "광주의 아픔을 후벼파는 일"이라고 비판을 받는 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호남 출신들을 홀대 한데 대한 비판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영남 독식 인사를 모른 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여당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작심하고 박근혜 정부의 지역편중 인사 문제를 제기한다면 청와대도 여당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야당으로선 공격하기에 아주 좋은 호재가 인사 편중에 따른 대탕평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