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작가의 '나의 작은 인형 상자'(픽션), 김장성·오현경 작가의 '민들레는 민들레'(논픽션), 박연철 작가의 '떼루떼루'(뉴호라이즌), 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오페라프리마), 안은영·김성희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북앤시즈)가 나란히 우수상을 받은 것.
이런 가운데 한국 작가 최초로 2년 연속 라가치상을 수상한 정유미(34) 작가의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정 작가는 지난해 '먼지아이'로 뉴호라이즌 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정 작가에게 라가치상을 안긴 '먼지아이'와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모두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받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작가가 2006년 제작한 애니메이션 '나의 작은 인형 상자'(8분30초)는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 하나인 히로시마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고, 2009년 만든 '먼지아이'(10분)는 뉴욕 햄튼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았다.
국민대에서 회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한 정 작가는 이야기를 그림책에 맞게 각색한 후 연필로 한 컷 한 컷 그려 두 작품을 완성했다.
국내에서는 정 작가가 거의 유일하지만 그림책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병행하는 해외 작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눈사람 아저씨'의 레이먼드 브릭스(81)와 '잃어버린 것'의 숀 탠(41)이 대표적이다.
레이먼드 브릭스가 1982년 만든 '눈사람 아저씨' 극장용 단편 애니메이션(26분)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숀 탠이 2010년 제작한 '잃어버린 것' 애니메이션(15분)은 아카데미 최우수 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 작가의 2년 연속 라가치상 수상은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의 시너지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깊다.
'먼지아이'와 '나의 작은 인형 상자'를 그림책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컬처플랫폼' 김기현 대표는 "두 작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출간했다. 동명 애니메이션이 해외 방송국이나 국제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상영된 덕분에 해외에서 작품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갔고, 이러한 분위기가 그림책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그림책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정 작가의 실험은 계속된다. 애니메이션 '연애놀이'는 오는 6월 DVD가 포함된 그림책으로 국내 출간한다. 중화권 전역에서 판매 중인 그림책 '호랑이와 곶감'과 남미 6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파라노이드 키드'는 각각 오는 3월과 5월 국내 출간한다.
김기현 대표는 "애니메이션은 동적이고, 그림책은 정적이지만 그림을 기반으로 하는 점은 똑같다"며 "콘텐츠 제작자는 영화제가 끝나면 사장되기 쉬운 단편 애니메이션의 생명력을 지속시키고, 독자는 두 장르의 매력을 모두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