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가 받아쥔 성적표는 그리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참석 의원 281명 가운데 155명이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었지만 표결에서 확인된 찬성표는 148표, 새누리당 소속 의원 가운데 최소한 7명이 이탈한 탓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6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 표차이를 예상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예상한대로 나온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표결을 앞둔 15일과 16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리고 협조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대략 5~6표 가량의 이탈을 예상했었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의 발언은 이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표결 결과를 뜯어보면 정말 아슬아슬했다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표결이었다.
전체 참석의원 281명 가운데 과반수인 141표를 겨우 7표 넘긴 그야말로 가슴을 쓸어내린 표결이었고, 단순하게만 분석해봐도 새누리당 의원 7명이 이탈했으며 찬성률(재석 대비 찬성표 비율)은 52.7%로 역대 최저수준이었다.
이는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 처럼 원내지도부가 '강제적당론'을 정하기 어려운 의회내부 관행의 변화가 원인이었고 새누리당 내부의 계파갈등이 뿌리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대로 원내지도부가 떠안아야할 한계이기도 하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와관련해 "당내 민주주의가 살아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므로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론을 안(정)하려고 하고 오늘 표결 결과도 그런 연장선상이다"며 "일부 이탈표는 강제적당론(표결이) 아니어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언론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많은 흠결이 드러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고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국회의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를 총리되는 분이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뼈있는 말을 남겼다.
이번 표결을 통해 유승민 원내대표는 한 가지 확실한 원칙을 제시한 셈이다. 아무리 위급한 사안이라도 당론투표에 임하지 않겠다는 점, 다른 한 가지는 야당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원내를 운영하겠다는 메시지 등 두 가지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운영위원장에 선출된 뒤 인사말을 통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에 참여해준 야당 의원들에게 존경의 말을 올린다"며 "운영위원장으로서 앞으로 국회운영을 의장단, 야당 의원들과 충분히 상의해서 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청와대 비서실 등 8개 운영위원회 소관기관에 대해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국회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합의정치의 전통을 존중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결과였기에 비록 힘겨운 통과였지만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