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30분을 달리다 보면 베르사유 궁전 인근 넓은 초록 들판에 2층 목조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1985년 개장한 50ha 규모의 갈리 농장(Ferme de Gally)이다.
지난해 가을 농장의 넓은 주차장에는 승용차가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목조건물과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는 싱싱한 과일과 야채, 곡식이 지천으로 쌓여있고, 주중임에도 20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소비자들이 때깔 좋은 농산물을 골라 열심히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 유럽 소비자, 도시 농장에서 농산물 직구매
갈리 농장은 40종이 넘는 다양한 농산물을 경작한다. 연간 10만 명 이상의 소비자들이 방문한다. 어린이는 2유로 정도만 내면 자신이 좋아하는 농산물을 직접 수확해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여기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빵 만들기와 꿀 채취 등의 교육 프로그램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미로찾기 행사 등이 열린다.
프랑스에는 갈리농장처럼 소비자들이 직접 농산물을 수확해 가져가거나 판매대에 전시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체험농장이 300여곳이 넘는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밭에서 바로 수확한 신선한 농산물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농장주인은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어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시생활에 지친 소비자들이 주말에 가족과 함께 야외에서 흙길을 걷고, 준비해 온 음식도 먹으며 소풍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이처럼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등 유럽국가의 주요 도시 인근에는 직거래 체험농장이 활성화돼 있다. 프랑스의 또다른 체험농장인 에첼 유기농 농장과 독일 리셔로데 환경교육체험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시민들은 주말에 대형마트에 가기 보다는 도시 인근 농장에서 농산물을 구입하는 게 일상적인 소비습관이 된지 오래됐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모쿠모쿠팜 등 마을기업이 운영하는 체험농장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 한국, 마을이 농장화...유럽식 체험농장 면모 갖춰
우리나라는 토지의 가치나 지형적 특성 등을 감안하면 유럽식 대규모 단일 농장을 운영하기란 사실 한계가 있다.
하지만, 마을기업이나 체험휴양마을 등 여러 명의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마을 단위의 농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마을기업과 체험휴양마을은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돼 농산물을 생산, 판매하고 농촌체험교육과 숙박 등을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6차 산업 모델이다.
이들은 고구마와 감자를 직접 캐보기도 하고, 떡 만들기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등 가족단위 프로그램에 참여해 즐거운 소비를 하고 돌아갔다.
도래미 마을의 윤병도 대표는 “도시지역 소비자들이 도래미 마을뿐 아니라 인근의 5개 마을 400여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수확하거나 공판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며 “대형마트의 3분의 1 가격으로 신선한 농산물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체험휴양마을은 전국에 모두 840곳이 있다. 지난해 8백만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도시지역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럽처럼 대규모 체험농장은 없지만 여러 농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우리나라도 체험농장이 규모화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농촌체험 활동도 하면서 20% 이상 저렴한 가격에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서 1석2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