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최된 새누리당 원내대표경선에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얻은 표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유승민 대표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서 부족함이 없다.
유승민 대 이주영 간의 대결에서 나타난 득표차이가 여권내부의 역학구도와 유승민에 대한 의원들의 생각 등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표결에는 149명의 의원들이 참석했고 84명이 유승민 의원을 65명이 이주영 의원을 밀었다. 두 사람의 표차이는 19표차이.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유승민 의원에게도 표가 쏠렸다. 이제 집권 2년도 안된 권력이 미는 후보를 그것도 압도적 표차이로 떨어뜨린 데는 박근혜 대통령, 친박이 메워줄 수 없지만 유승민이라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리 김무성 대표가 돕고 서청원 최고위원이 도와줘도 최상의 전략적 판단을 하는 국회의원들의 표심의 방향까지 바꾸기는 힘들다. 그런 유승민 후보가 원내대표에 등극한 뒤 처음으로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는 시험대 앞에 섰다.
지난 주말 한차례 기회가 있었고 유 원내대표는 이완구 총리후보자 인준표결 강행을 내세워 여당 지휘봉을 잡았지만, 새정치연합과의 협상에서 나흘 연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16일로 연기된 것.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난 주말 여당 의원 표단속에 총력을 기울였다. 민현주 의원은 "(의원들을 상대로)최대한 설득하는 중이고 국정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있는 만큼 이탈표가 있겠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주로 박근혜 정부에 각을 세워 온 비주류 의원들 내부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표결의 대세에는 그다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탈표를 최소화하는 것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는 과제일 수 밖에 없다. 총리인준은 첫 시험대일 뿐이지만 인준표결이 갖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점이 있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번의 표결로 유승민호 새누리당의 원내전략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완구 후보자 표결에 이어 당장 올해만해도 공무원연금 등 4대연금, 의료보험개혁, 선거구개혁, 선거구획정결과 표결 등 중요한 의사일정이 줄을 잇고 있다. 반면 앞으로 갈수록 여권 지도부의 장악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주류-비주류간 갈등도 만만치 않아 늘 의원들이 한 방향으로 표를 행사해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인준표결을 가결시키는 것도 모양새 있게 처리하는 것도 여당 원내지도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