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가 상대방을 먼저 끌어안음으로써 정치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의 정치'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누가 먼저 차지하는지가 중요한 승부요인이 된 것이다.
◈ 김무성·문재인, 각각 전 대통령 묘소 참배…'통합과 화합' 강조
14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김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문재인 대표께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참 잘하신 일이라 생각한다"며 "저도 오늘 노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는데 우리 정치가 서로 화해와 화합의 정치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보수·진보를 떠나 모든 대통령들의 묘소를 참배하게 됐다. 지난 2011년 당시 한나라당 황우여 대표 권한 대행이 봉하마을을 찾은 적은 있지만, 당 대표가 봉하마을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지난 9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문 대표 역시 "묘역의 참배 여부를 둘러싼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며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방명록에도 '모든 역사가 대한민국'이라며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꿈꿉니다'라고 남겼다.
18대 대선 당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지만, 당 대표가 된 뒤로는 참배한 적이 없다. 문 대표도 당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했다.
◈ 참배정치 통한 '통합' 프레임 선점으로 정치적 외연 확장
이처럼 두 대표가 본격적으로 '참배정치'에 나선 것은 정치적 숙고 끝에 나온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합' 프레임을 선점해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중도 유권자층을 끌어와 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자 하는 계산이란 분석다. 여야 간, 당청 간 소통이 강조되는 현 상황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김무성 대표로서는 부산·경남(PK)의 유권자는 물론 친노 유권자에게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문재인 대표 역시 취임 후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도 '참배정치'를 통해 선명성과 포용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정치평론가인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도는 우리 사회 '산업화 대 민주화', '좌 대 우' 구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이를 넘는 양당 대표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무성·문재인 대표로서는 '큰 정치인', '사회통합의 정치인'의 이미지를 쌓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고,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진영논리만으로 통하던 과거와는 달리, '통합'을 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정치적 외연을 확장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