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김연아씨는 '비정규직의 직업 이동 연구'라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부모가 비정규직이면 자녀도 비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2005부터 2012년 사이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한 만 15세 이상 35세 미만인 자녀와 그 부모 1460가정을 분석한 결과 부모가 비정규직일 때 자녀가 비정규직인 비율은 7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부모를 둔 자녀 10명중 8명은 비정규직이 된다는 것으로 부모의 고용 형태가 자녀에게 세습된다는 조사가 나온 건 처음이다.
비정규직일수록 가계가 불안하고 자녀들의 교육 기회가 적어져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격차는 단순한 소득의 격차가 아니라 사회계층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직업적 지위의 세습을 확인했다며 "사회 이동의 기회가 더는 균등하지 않은 가운데, 빈곤의 세습 구조가 노동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권력과 자본의 독식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점차 사라지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이제는 고용에서까지 나타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4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서도 우리사회의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됐다.
저소득층이었던 사람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계층 이동을 한 비중, 즉 빈곤탈출률은 22.6%에 불과했다. 가난한 사람 5명 가운데 1명만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 빈곤층의 40%는 일을 하지 않아서 가난한 것이 아니라 뼈빠지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른바 워킹 푸어다.
반면 고소득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전락한 비율은 0.4%에 불과해 역대 조사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가난한 사람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부자인 사람은 계속 자녀들까지 부자로 남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개천에서 용난다는 속담은 옛말이 되고 있다.
계층이동이 어려워지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잘살수 있다는 신념과 노동의 의욕은 사라지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고조된다.
계층이동이 활발히 나타나는 사회가 돼야 사회가 활력이 넘치고 중산층이 두터워질 뿐 아니라 사회불안도 줄어들면서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해진다.
이런 문제는 성장주의 경제발전론으로는 더이상 해결할 수 없다.
사회 이동이 가능하도록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부의 편중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조세제도를 하루 빨리 손질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쪽으로 부의 쏠림 현상을 막고 성장의 과실을 공평하게 나누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