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상청이 안개특보제를 5년째 시범운영만 하면서 정작 운전자들에게는 제대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11일 영종대교를 관리하는 신공항하이웨이에 따르면, 영종대교에는 기상정보시스템(WIS)이 대교 가장자리에 단 한 대 설치돼있다.
이 장비가, 안개가 낄 때 가시거리와 비나 눈이 올 때 도로의 습도 등을 측정해 전광판으로 “안개주의보, 감속운행”과 같은 안내를 한다는 게 신공항하이웨이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를 당했던 한 여성 운전자는 “가시거리가 10m 미만인데 전광판이 보이겠냐”면서 “영종대교가 안개 상습구간인데 조심하라는 건 항상 있는 경고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과적으로 지점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영종대교의 안개 상황을 촘촘하게 측정하고 경고해주지 못해 운전자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던 것.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지난 2009년 내놓은 ‘지능형 안전교량 모델 구축 방안’에서도 영종대교 등에 대해 “현재 운전자에게 위험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정보전달매체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는 “해상대교의 경우 지점별로 안개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100~200m 마다 시정거리계가 설치돼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면서 “비용 문제가 있지만 대형사고 가능성이 있다면 이 같이 설치해 운전자들에게 지점별 적정속도를 그때그때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오산-평택나들목 등을 잇는 민자고속도로가 안개정보시스템을 갖춰 전체 38㎞ 구간 중 18곳에서 권장속도를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황구지천이나 보통리저수지 등 잦은 안개 발생 지역에서는 시속 20~50㎞까지 상황에 맞게 속도를 낮추도록 곳곳의 전광판이 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짙은 안개가 끼면 운전자가 차선조차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갓길 가드레일에 LED 등을 달아 추락을 방지하기도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을 분사하거나 차단막(방무벽)을 설치해 안개를 줄이는 장비의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안개특보의 경우 기상청이 지난 2009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영종대교에는 기상청의 관측 장비가 설치되지 않아 가시거리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국지성 소나기보다 더욱 부분적으로 발생하는 게 해상 안개인데 관측 자료가 없어 정확한 가시거리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한때 저시경경보가 인천공항에 내려졌지만, 안개특보에 대한 상황은 영종대교를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전달될 방도가 없었던 셈이다.
결국 장식품으로 전락하거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위험 경고 시스템이 이번 사고의 배경이면서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