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2'는 명명백백한 오락영화다. 오히려 전작보다 오락적 측면이 강화돼 유쾌, 상쾌, 통쾌 그 자체다. 액션은 화려하고, 전개는 빠르고, 웃음은 쉴새없이 터진다. 그런데 영화를 유심히 보다보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들이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불량은괴 찾기'와 '노비의 딸 찾기'가 그것이다.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들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바로 노비의 딸 다해(이채은 분).
다해는 유배당한 명탐정 김민(김명민 분)과 유배지에서 인연을 맺게 되는 어린 여자아이다. 영특하지만 노비라는 신분 때문에 한번도 무엇을 꿈꿔본 적이 없다. 그리고 결국 돈에 눈이 먼 이들에게 이용당하는 신세가 된다. 다해 외에도 그 나이 또래 많은 노비의 자식들이 그렇게 이용당한다.
지금보면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일이 그 당시에는 당연한 일이다. 노비는 사람이 아니니 사고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는 각박한 현실 그리고 권력자에게 부품처럼 소모당하고 버려지는 약자들의 모습이다.
물론 우리 사회는 '조선명탐정2'의 배경인 조선 후기처럼 절대적으로 빈곤하지 않다. 따뜻한 쌀밥에 목숨 걸지 않아도 좋은 사회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전염병처럼 퍼진 상대적 빈곤과 '조선명탐정2'의 비참한 현실은 잘 맞물린다.
똑똑하지만 꿈꾸지 못하는 다해는 무기력한 청년들 같고, 약자를 멋대로 휘두르는 악인들의 행동은 그야말로 '갑질'의 전형이다.
앞뒤가 다른 부패 정치인도 만나볼 수 있다. 김민이 믿고 따르는 형이자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대감(정원중 분)은 물욕에 빠져 백성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민과의 신의까지 저버리지만, 그는 잘못된 방법으로 탐욕을 좇는데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각종 비리로 구설수에 오르는 요즘의 정치인들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김민과 그의 조력자 서필(오달수 분), 두 콤비의 활약은 더욱 유쾌하게 반짝인다. 마치 빛이 어둠 속에서 더 밝게 빛나는 원리와도 같다. 사라진 노비의 딸을 '사람의 생명에는 귀천이 없다'면서 끝까지 찾아나서는 뚝심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꽃이 되고 싶다'는 다해에게 '사람이 꽃보다 귀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김민. 그의 따뜻한 진심과 영리한 풍자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 때, 비로소 '조선명탐정2'는 완전한 오락영화로 거듭난다. 답답한 세상에 날리는 웃음 한 방으로 '조선명탐정2'의 가치는 증명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