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목우회 또는 영포회는 1980년에 결성된 경상북도 영일·포항 출신 5급 이상의 중앙부처 공무원 사조직(2010년 기준 회원 120여명)이었습니다.
이 영포회 출신들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와 검찰, 경찰, 국정원, 국세청 등 정부 부처 요직을 차지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이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솟아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출신 고교인 포항 동지상고가 세상에 더욱 알려진 것은 다름 아닌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님 때문이기도 합니다.
2007년 12월 이름도 없던 최원병 전 경북 경주 안강농협조합장이자 전 경북도의회 의장님이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것입니다.
'최원병 회장이 누구야' 라는 말이 농협뿐만 아니라 경제계와 정치권에도 회자됐습니다.
최원병 회장(69)님 뒤에는 MB의 고교 4년 후배, 지방에서 일약 공룡조직 농협의 수장이 됐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녔고 영포회가 움직였다는 비아냥거림까지 있었습니다.
당시에 한 농협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이 없었다면 최원병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농협중앙회장이 됐겠느냐"고 말했습니다.
◇ 최 회장님은 연임까지 하셨죠.
재선을 하던 해인 2011년 4월에는 농협의 최대 수치라는 농협 전산망이 마비되는 사태가 났습니다.
그 때 회장님은 농협 회장으로서 당연히 책임을 졌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관 전무에게 책임을 떠넘겼습니다.
당시에 뭐라고 변명한지 아세요.
"나는 비상근이라 책임도 없다. 자신은 상징적인 1인자일 뿐 실제 책임은 이재관 전무의 소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비상근이니까 책임이 없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사회적 지탄이 쏟아졌으나 회장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2인자이던 이재관 전무가 총대를 메도록 했습니다.
◇ 공직사회나 직장에선 '영광은 내가, 책임은 부하에게 돌리는 상사가 최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산망 사태에도 불구하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당초에는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연임을 했습니다.
최 회장님의 연임 행보를 보면서 지역 정치꾼들이 판을 치는 지방의 농협조합장을 20년 이상 해서 그런지 정치력이 대단하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특히 정치권과 농협 안팎에서 그런 평가가 있었습니다.
경제부문을 분리하고 농협조합장 선거부정을 없애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한 점 등이 공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농협이 진정으로 농민들의 권익 보호에 충실했으며 농업의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제시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 1만 8천 명 농협중앙회 직원들을 위한 조직 운영은 아니었는지요.
지방의 농협 사무실을 가보면 농민들은 뙤약볕에서 비지땀을 뻘뻘 흘리며 손이 부르트도록 일을 하지만 농협 임직원들은 시원한 에어콘이 나오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을 농민의 아들인 저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인지, 농협 임직원들을 위한 조직인지에 대한 논란은 너무 큰 의제인지라 여기선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농협이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만은 구분했으면 합니다.
엊그제 농협이 택배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하셨죠?
농촌에 택배회사 영업망이 부족한데도 우체국 택배가 주말과 주일엔 쉬어 농산물 유통이 어렵다는 논리인 것 같은데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농어촌의 택배사업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우체국만이 아니라 CJ대한통운과 현대 택배 등 대형 택배회사와 군소 택배회사들이 영역 다툼을 치열하게 벌이는 포화 상태입니다.
농민들이 농협 택배 사업을 원하는가요? 농산물이니까 농협이 해야 한다는 논리인가요?
◇ 혹시 농민들을 위한다는 명분 삼아 농협의 임직원 자리를 만들고 자회사를 늘리기 위한 '꼼수'는 아닌가요?
현재도 농협 자회사는 무려 44개나 됩니다. 웬만한 재벌 회사 못지않게 사업 다각화를 했습니다.
대한민국 재벌 기업들이 물장사, 밥장사에서부터 탱크까지 생산하는 문어발식 기업 확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 한데도 농협까지 나서서 택배 사업에 끼어들고 물불 가리지 않는 사업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시나요?
장사에도 상도의가 있어야 합니다.
오는 12월 퇴임하면 농협 택배 사업을 내가 만들었으며 내 치적이라고 자랑하려고 하십니까?
◇ 신경분리에 만족하시고 택배 사업에 진출하는 일을 중단하셨으면 합니다.
농협이 주인은 아니지만 농수산물 홈쇼핑이 이미 있지 않습니까?
농협이 홈쇼핑업을 직접 운영하면 뭐가 달라지는가요?
이미 해외 직접 구매가 홈쇼핑업을 위협할 정도이며 사양산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모르십니까?
그런 사업에 진출할 여력이 있으시거든 대한민국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변동성이 심한 농산물가격 보호를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더 꼼꼼히 살펴보시고, 농민을 위한, 대한민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길이 어떤 것인지를 되짚어보시기 바랍니다.
꼭 재벌들처럼 쥐꼬리만한 국내 영업에 눈독들이지 마시고 해외로 눈을 돌려보십시오.
밑에서 무슨 사업계획서를 가져오거든 그 사업이 농민들을 위하는 일인지, 아니면 농협 임직원들을 위한 것인지를 곱씹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파킨슨의 법칙'이 무엇인지도 한 번 찾아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