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온실가스 규제를 맡겼지만, 심각한 거래 부진으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12일 개장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누적 거래량은 1,380만 톤, 거래대금은 1,155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525개 기업에 할당된 배출권 총 15억 톤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19일부터 16일 거래일 연속 거래가 전무했다는 점이다.
기업의 시장 참여가 저조한 것은 신 시장에 대한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 한 달 만에 기업의 배출권이 매물로 나오면 정부 할당량이 많았다고 인식 될 수 있어서 기업들이 시장 참여에 소극적"이라며 "올해 배출량의 정부 검증이 완료되는 내년 3월부터 배출권 제출 시한인 2016년 6월 사이에 거래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기업의 시장 상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을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EU의 온실가스 배출시장은 현물시장보다 선물시장이 더 활성화돼 있다"며 "배출권은 앞으로 배출할 탄소량을 미리 구입하는 성격이 강하다보니 현물보다는 선물거래가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시장조성자로 지정된 KDB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에 온실가스 배출권 물량을 일부 할당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들 은행은 자체 온실가스 배출권이 없는데다, 매물을 구하지도 못해 전혀 시장 활성화에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의 가격구조도 보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거래 없이 매수 호가에 따라 기준 가격이 결정되는 '기세제도'로 운영되면서 가격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장 첫날 배출권 기준가격은 톤당 7,500원이었지만 거래 없이 가격만 올라 현재는 톤당 9,970원으로 1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개장 후 6거래일부터는 온실가스 배출권 '팔자'주문은 단 한건도 없지만 '사자'주문은 몇 차례 있었다"면서 "매수호가에 따라 기준가격이 결정되는 기세라 하더라도 상대방 주문이 있는 경우 즉각 거래를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가격왜곡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세제도를 악용한 시세조종을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잉여배출권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호가만 계속 올려 최대한 비싼 시기에 물량을 내놓고 부당이득을 취하면 시장이 혼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