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전 원장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고,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인정하는 순간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의 정당성에 상당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9일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으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지난 2012년 12월 11일 당시 민주통합당이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에서 밤샘 대치를 하면서 불거졌다.
사건의 개요는 원 전 원장이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에 지시해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폄하하는 조직적인 불법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시종일관 국정원 선거개입을 부인하며 야당의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대선 직전인 지난 2012년 12월 14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나에 대한 흠집내기”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이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마저 자신들의 선거 승리를 위한 정쟁의 도구로 만들려 했다면 좌시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은 이어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이 기소된 뒤에는 “대선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났는데 국정원 댓글 의혹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어 유감”이라면서도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같은해 8월에는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9월 여야 당대표와 함께 한 3자회담에서는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 사과는 무리”라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같은 입장이어서 2013년 6월 당시 최경환 원내대표는 “댓글 사건과 관련해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은 덕본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고 강변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상식적인 차원에서 분명해 보이는데도 부인하거나 자신들과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날 법원의 판결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그동안의 주장을 일축하고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은 헌법이 요구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외면한 채 국민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개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국정원의 소중한 기능과 조직을 특정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반대활동에 활용했다”며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근본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봤다.
결국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알면서도 부인했거나 또는 애써 모른 척 했다는 문제제기에 답을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