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종로에 있는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 앞에서 울려 퍼진 구호다. 이곳에서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청년유니온 주최로 멀티플렉스에 대한 공정위 신고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극장 사업을 독과점한 3대 멀티플렉스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불공정 거래행위 실태 파악과 공정위 신고를 마무리한 뒤 열렸다.
사회를 맡은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이곳 피카디리를 비롯해 단성사 등 유명한 영화관이 멀티플렉스에 흡수돼 없어진 것이 현 상황을 말해 준다"며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영화 담당기관에 진정을 계속 내겠지만, 무엇보다 공정위에서 멀티플렉스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캠페인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유니온 김정호 팀장은 "극장에서 알바 하는 청년들의 시급이 최저임금에 준하는 5580원인데, 이 돈으로는 8500원 하는 팝콘 세트 하나 사 먹을 수 없다"며 "영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에서도 청년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소비자, 노동자가 되기 위해 '갑'들의 횡포에 대항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멀티플렉스 3사의 불공정 거래행위의 면면은 영화표 가격담합 의혹, 팝콘 등 매점 폭리, 포인트 사용 제한, 불공정한 상영관 배정에 따른 영화 선택권 침해, 맨 앞좌석도 동일한 관람료 징수 등으로 광범위하다.
실제로 멀티플렉스 3사는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극장 356개 중 82.8%에 해당하는 295개가 멀티플렉스 극장이다. 멀티플렉스의 관객 점유율은 총 관객수의 96.9%, 총 매출 점유율의 97.5%에 달한다.
특히 3대 멀티플렉스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극장 수는 288개로 전체의 80.9%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3사의 스크린 수는 전체(2281개)의 92%인 2098개로 그 비중이 절대적이다. 3사의 극장을 제외한 전국 멀티플렉스 극장은 7개 극장, 66개 스크린으로 이마저 계속 줄고 있다.
성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공정위 신고 주요 내용은 '부당한 팝콘 등 판매 가격 문제(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등)' '3D 안경 끼워팔기(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강제)' '부당한 광고 상영(거래상 지위남용)' '포인트 주말 사용 제한 금지(거래상 지위남용)' '상영시간에 광고 시간 포함(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요약된다.
◇ "시민 선택권 보장 위해 최소한의 공정한 룰 적용해 달라는 외침"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최근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제작자인 삼거리픽쳐스 엄용훈 대표가 참석해 영화계 현실을 전했다.
엄 대표는 "누구나 선택할 권리와 향유할 권리를 갖고 태어나는데, 이는 인간으로서 행복을 추구하려는 원초적 바람"이라며 "영화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잘 못 만든 영화는 있어도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는 없다. 모든 영화를 다 극장에 걸 수 없기에 최소한의 공정한 룰을 적용해 달라고 외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지금 한국 영화시장은 자본 독과점과 스크린 독과점으로 심각한 양극화에 빠져 있다"며 "관객들이 선택한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극장이 영화를 선택하게끔 만드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그 결과는 결국 영화의 다양성을 즐기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시민 여러분이 잃어버려선 안 되는 권리를 찾는 데 함께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등은 12일(목) 정오 서울 명륜동에 있는 CGV 대학로점 앞에서 시민들이 꼽은 멀티플렉스의 10가지 문제를 발표하고 시민 투표 등 퍼포먼스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