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현대차 115층 모형도 (서울시 제공)
국내 재벌회장들은 왜 최고층 마천루 건물에 집착하는 것일까?


현대가 115층 건물을 강남 삼성동 한전부지에 짓겠다고 밝히자 국내 재벌들의 초고층 건물 집착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당사자인 신격호 회장과 정몽구 회장은 단 한번도 그 물음에 답한 적이 없다. 하지만 세간에는 국내 최고층 건물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측이 허튼소리라고 할 지 몰라도 세사람이 호랑이를 만들면 거짓말도 참이 된다. 관가와 업계에도 그렇게 소문이 나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15층 마천루 사업을 매우 유리한 여건속에서 시작한다. 갈수록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는 정몽구 회장에게 가장 큰 우군이다. 투자를 통한 경제활성화 논리를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도 때맞춰 삼성동과 잠실운동장을 연계하는 동남권 개발계획을 만들어놨다.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 전시, 문화공연시설을 만들어 서울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이 사전협상제안서에서 컨벤션 센터, 호텔건립 계획을 포함시킨 이유다. 서울시 구상을 수용한 것은 신속한 인·허가 협상의 전제조건이다. 현대차그룹이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리 없다.

그러나 아쉬움이 크다. 115층 국내 초고층 건물을 남기는 것이 정몽구 회장의 필생의 과업일까를 묻게 된다. 물론 현대자동차가 115층 신사옥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과시하는 것이 직원사기를 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이 국내 최고건물을 짓는다는 것만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하지 못한다,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이번 신사옥 건설에 문화를 접목시키면 어떨까? 115층 초고층건물과 문화의 만남, 자동차와 문화와의 결합을 통해 건물과 현대자동차 그룹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해보자는 것이다.앞서 설명한것처럼 서울시도 이 지역에서 문화엔터테인먼트를 육성하려 하고 있다. 예를들면 정몽구 회장이 철강왕 카네기처럼 신사옥 옆에 '카네기 홀'같은 문화공연장을 만들어 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이름은 '정몽구 홀'이라해도 좋고 '현대 홀'이라 해도 상관없다.

서울시와 문화계 인사들은 정 회장이 뮤지컬 공연장을 만든다면 한류문화를 발전시키는데 큰 공헌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아시아에서 뮤지컬을 창작공연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제외하면 뮤키컬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도시는 서울밖에 없다는 말이다. 서울은 뮤지컬에 낯선 일본과 중국의 거대인구를 주변에 두고 있다. 만일 현대차 신사옥에서 한류문화가 뻗어나간다면 현대차가 얻는 무형의 이익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현대차는 코앞에서 자동차에 문화를 접목목시키는 절호의 기회를 얻는 셈이다.

빌 게이츠에 이어 세계 두번째 부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76)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초 자기 재산의 85%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우리돈으로 35조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재벌에게 아직 이같은 '통큰 기부'를 기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에게 미래에 건물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지, 아니면 문화와 접목된 현대자동차와 신사옥을 남길 것인지 묻고 싶다. 115층 초고층 건물은 정회장에게 가장 높은 건물을 세웠다는 자부심을 줄 지 모르지만 많은 국민들에게는 '건물 층수 높이기 경쟁'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신사옥이 '자동차 문화공간'이라는 개념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됐다. 그것은 현대 자동차의 이미지 개선에도 큰 효과를 자져다 줄 것이다. '사회 기여와 기업가치 상승' 두마리 토끼를 얻는 잡을 수 있는 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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