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시키면서 일약 새누리당의 주류로 떠올랐던 당내 친박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5월 23일 실시된 국회의장 선거에서 대표적인 친박계로 새누리당 대표까지 지낸 황우여 현 사회부총리가 비박계의 정의화 현 의장에게 46대 101표로 패배하면서 친박 흑역사는 시작됐다.
6.4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가 대거 지원한 김황식 전 총리가 역시 비박계인 정몽준 전 의원에게 패배했다.
또 이 당내 경선에서는 대구시장에 나선 친박의 서상기 의원과 조원진 의원이 역시 비박계의 권영진 현 대구시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어 실시된 7.14 전당대회에서는 친박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김무성 현 새누리당 대표에게 1만 4천표 차이로 당대표 자리를 넘겼다.
특히 2일 의원총회에서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 내각에 차출된 친박 장관 3명이 원내대표 경선 투표에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계의 이주영 후보가 65표를 얻는데 그쳐 84표를 얻은 비박계의 유승민 후보에게 무려 19표 차이로 졌다.
친박의 완패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런 친박의 당내외 선거참패는 2013년 4월 원내대표 경선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던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는 당시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지만 77표를 얻는데 그쳤다.
당시에는 비박계로 분류됐던 이주영 의원이 69표를 얻어 불과 8표 차이로 당선된 것이다.
친박 핵심으로 통하던 최경환 현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취임 불과 두 달뒤 열린 경선에서 겨우 8표 차로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당내에서는 '사실상 진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친박 패배 흑역사의 시작점을 2013년 4월 원내대표 경선으로 봐도 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집권 만 2년도 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을 떠받들었던 새누리당내 친박계 인사들의 이런 경선부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여당의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나친 친정체제 구축과 대 국민소통 부재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함께 소외감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여기다 계속되는 정책실패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지면서 박 대통령에게 줄을 섰다가는 내년 총선에서 자리보전을 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여당 의원들이 해가게 됐다"고 분석했다.
국회의원은 표심에 민감한 사람들로 이대로 가다가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이 몰락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당-청 관계에 대한 새로운 설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3일 CBS 기자와 만나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이런 위기상황을 벗어날 수 없을텐데 청와대에 이런 말을 해줄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숨 지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당내외 표싸움에서 계속 지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의 절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