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면세점 담뱃값은 인상 여부부터 규모, 방안까지 모든 것이 원점에서 검토되는 단계다. 최근 기재부가 면세사업자와 KT&G 등 담배제조사, 관세청을 불러 마련한 간담회에서 면세점 담뱃값 인상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면세점에서 많이 팔린다고 해도, 이 담배들이 국내 수요를 대체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시장교란 상황인지를 따져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담배는 한 보루로 한정되고, 연간으로 따져도 6보루를 넘지 못하게 돼있다. 면세점에 몰리는 담배 수요가 시장교란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교란이라고 판단한다고 해도 담배사업법상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기재부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 제조사가 담뱃값을 인상하면 인상분의 절반을 공익기금으로 내는 방안인데, 민간 기업에게 강제할 수 없는 내용이다.
실제로 면세점이 시중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담배를 팔 수 있는 이유는 정부가 세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담뱃값을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면세점과 시중 담뱃값 차이가 크다는 것을 면세점 담뱃값 인상의 이유로 설명하지만, 사실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얘기"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지금 상황이 정부 정책의 결과라는 것이다.
정책 실패로 비칠지 모른다는 정부의 부담은 "면세점에서 팔리는 담배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도 "제주공항 면세점에 장사진을 친다는 기사가 계속 나오지 않느냐"는 기재부 관계자의 발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담배 제조사들은 면세점 담뱃값을 올리기 위해 정부가 따로 근거를 만든다면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면서 "정부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이제 와서 대책을 논의하는 건지"에 대해 물음표를 갖고 있다. 한 외국계 담배회사 관계자는 "담뱃갑 인상으로 생길 여러 현상을 정부가 아예 몰랐거나 깊이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