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된 국립오페라단의 신년 기자회견

"한예진 예술감독 임명철회" 주장 비대위 인사 난입…'졸속' 진행 이어져

국립오페라단 한예진 신임 예술감독이 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난장판'이었다.

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한 식당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의 기자회견은 '졸속', '난장판'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이날 국립오페라단은 한예진 신임 예술감독 취임과 관련, 2015년 운영 방향을 밝혔다.

사실 운영방향에 대한 발표는 중요치 않았다. 초점은 한 예술감독에 대한 '자질 논란'과 '낙하산 인사' 의혹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달 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자리에 한예진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를 임명했다. 그러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오페라 흐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바탕으로 국립오페라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오페라비상대책위는 자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는 정부의 졸속 정책이자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이에게 어찌 국립오페라단의 수장을 맡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력 조작 문제도 논란이 됐다.


한 예술감독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경력서에는 2013년부터 상명대 산학협력단 특임교수로 재직했다고 써있지만 실제 재직한 건 지난해 5월 1일부터로 밝혀진 것이다. 비대위 측은 이를 문제 삼아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에 한 예술감독을 사문서 위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이날 한 예술감독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많은 말을 드리고 싶었고, 해명도 하고 싶었다"라며 "앞으로는 많은 소통을 하겠다. 언제든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와 달라. 충분한 설명을 해드리도록 하겠다"고 운을 뗐다.

경험 부족 논란에 대해선 "지켜보고 평가해 달라"고 했고, 허위 경력 문제에 대해선 "단순한 오기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업무를 수행하겠다. 1~2년 정도 지켜봐 달라. 그때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질책해달라. 일단 불찰에 대한 부분은 죄송하다고 생각한다"며 자리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때 기자회견장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비대위 소속 박현준 한강오페라단 단장이 "왜 들어가지 못 하게 막느냐"며 항의를 시작한 것.

밖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 측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왜 못 들어가게 하나!"
"무슨 권리로 막아!"
"무슨 정책발표가 중요해"
"몸싸움을 꼭 해야겠느냐"

기자회견이 갑작스럽게 종료된 후 박현준 단장이 취재진 앞에서 한예진 예술감독의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모습(사진=김현식 기자)
이후 국립오페라단 측은 '시간이 초과됐다'며 갑작스럽게 기자회견 종료를 선언했다. 그제야 안으로 들어온 박 단장은 한 예술감독의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현준 단장은 "평생 노래만 한 사람들이 오죽하면 이렇게 나왔겠느냐"며 "한 예술감독의 취임은 오페라계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인사다"라고 한탄했다.

그는 국립오페라단 관계자가 "나가달라", "따로 기자회견을 열라"고 제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중요한 순간, 논란의 주인공인 한 예술감독은 자리에 없었다. "앞으로 많은 소통을 하고 싶다"던 그는 박 단장이 들어오자 뒷문 어딘가로 현장을 빠져나간 뒤였다.

이어 박 단장은 "정권의 말도 안되는 인사가 예술계, 오페라계까지 이어졌다"라며 "유신정권에도 없던 일이다. 누가, 어떤 평판을 검증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우린 끝까지 밝히겠다"고 호소한 후 자리를 떠났다.

이후 국립오페라단 측은 묵묵히 식사 준비만 이어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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