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회고록, 정상회담 녹취록인가?…줄줄 새는 '외교비사'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이 파장을 낳고 있는 가운데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어야 할 민감한 남북관계와 외교비사까지 무차별 공개돼 정부는 두고두고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안 그래도 지난 2013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녹취록까지 공개하는 외교적 자해극을 벌인 터이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총 12개 장 가운데 5개 장, 전체 786쪽 중 275쪽을 외교와 북한문제에 할애해 역사의 이면을 상세히 소개했다.

문제는 정권이 바뀐 지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아직 멀쩡히 생존해 있는 외국 정상이나 요인과의 내밀한 대화까지 여과 없이 공개된 점이다.


앞으로 어느 나라 정상이 한국 대통령과 마음 편히 대화를 나누겠는가 라는 비판이 불가피해졌다. 그만큼 외교 역량의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회고록에 따르면 2012년 1월10일 당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이 대통령과의 회담 후 만찬에서 당시 생존해있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속내를 내비쳤다.

원자바오는 김정일을 '젊은 지도자'라고 지칭하며 장기 집권 가능성에 대해 "그렇지만 역사의 이치가 그렇게 되겠습니까"이라고 말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296쪽)

원자바오가 현재 살아있고 최근까지도 현직에 있었음을 감안하면 심각한 외교 결례이자 외교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회고록은 2009년 8월23일 김대중 대통령 조문차 내려왔다 청와대를 예방한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와의 비화도 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김 비서의 주장을 논리로 제압한 뒤 접견을 마치고 나가는 김 비서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제 앞으로 좀 잘 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기술됐다. (329쪽)

김 비서가 청와대 방문에서 아무런 성과는 없이 굴욕감만 안고 돌아갔다는 셈인데,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북측의 의미있는 대화 파트너 한 사람을 잃게 되는 것이다.

회고록은 이와 관련, 2010년 12월5일에도 북측 인사가 서울에 다녀갔지만 이 전 대통령을 면담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함께 북으로 돌아간 이후 처형됐다는 설도 공개했다. (356쪽)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파문을 일으키자 청와대는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돈거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놀랍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남북관계와 외교 비사가 낱낱이 공개된 데 대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경악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회고록 출간 경위와 취지를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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