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朴의 증세없는 복지'…고립되는 친박

박근혜 대통령 (사진 = 청와대 제공)
세수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잇따라 발생하자 서민 호주머니에 손을 대고 급기야 대통령이 나서 지방교부세제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정부가 세수 확보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증세없는 복지의 공식폐기와 재정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29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 주최의 연말정산 파동 문제와 해법 토론회에서 "어떻게 증세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면서 대안으로 '중부담 중복지'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나 의원은 "박근혜정부는 우선 걷을 수 있는 것을 다 걷으려 했고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며 법인세 인상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를 전혀 건드리지 않겠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 법인세도 조금 인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은 29일 CBS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근혜정부의 무상보육 등 보편적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정부가 겪고 있는 재정부족사태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심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무상보육은 소득이 많든 적든, 취업을 했든 안 했든 따지지 않고 누구한테나 공짜로 어린이집에 보내도록 돼 있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취업여부와 소득여부 등을 따져서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선택적 복지로 가야 한다. 지금의 무상보육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재정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다"며 "공약을 내걸었다고 해서 그것을 계속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현재와 같은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앞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의원은 무상정책 재원으로 지출 줄이기와 증세, 국채발행 3가지를 제시하면서 "지출 줄이기는 어렵고 증세냐 국채냐 둘 중에 하나 밖에 (선택지가)없다"고 잘라 말했다.

원내대표경선에 나선 유승민 의원은 27일 출마기자회견 뒤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다"며 정부의 재정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유 의원은 "증세문제는 여야 합의를 전제로 할 수 밖에 없지만 복지개혁과 증세논의는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 비주류는 물론이고 이한구 전 원내대표 등 일부 친박계에서도 정부의 증세없는 보편복지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데 공감을 표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초부터 내세워 온 증세없는 복지정책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증세없는 복지의 부담이 서민들과 중산층에게 부메랑으로 이어지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은 눈치다.

복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수적이지만 "증세는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족쇄가 돼 정부가 추진한 세금인상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당과 여권의 동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싫은 것이다. 즉 늘어나는 부담에 대한 정부여당의 대응논리가 빈약한데 대한 불만이다.

지난해 담뱃세 인상과 연말정산제도 변경에 따른 13월의 세금폭탄으로 잇따라 홍역을 치른 뒤 의원들이 느끼는 불만은 불안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대통령이 만든 지킬수 없는 원칙이 여권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며 시시각각 다가오는 내년 총선거의 커다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이런 점에서 이 이슈는 내년 총선 직전까지 원내업무를 이끌어갈 원내대표경선에서도 민감한 이슈로 부상한 상황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청와대의 장악력이 서서이 떨어지고 의원들로서는 내년 선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불만이 표출되는 것 같다"며 "원내대표경선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투표의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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