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국가 상대 소송 패소(종합2보)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과 환경단체 회원들 (자료사진)
영유아와 임산부 수십 명을 숨지게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심우용 부장판사)는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에 문제가 된 물질의 유해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국 환경보호청이 1999년 일부 가습기 살균제 유독성 보고를 발표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한민국이 (유해성이) 포함된 걸 알았다는 사실이 부족하고, 상황 원인이 되는 물질과 상이하기 때문에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등의 원인으로 알려진 물질의 개연성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살균물질인 PHMG(폴리헥사 메틸렌 구아나딘)과 관련해 "가습기에 사용됐다고 피고가 알았거나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유아 간질환이나 폐질환 관련 논문들이 몇차례 발간되긴 했지만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있단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PGH(염화 에톡시 에틸 구아니딘) 역시 "피고 측이 2013년 유해화학물 관리법에 따라 유해성을 확인한 결과 판단한 적이 있는데 적법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이고 과정의 과실이 있다고 볼 자료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를 살균소독제로 봤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의약외품으로 분류돼야 하지만 당시에는 살균제재로 본 것이 아니고 물때 제거 등 청소용도로 지정됐기 때문에 의약외품으로 지정이 안된 것"이라며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는 "기업과 국가가 동시에 책임이 있다"며 "국가는 피해 원인이 된 독성물질에 대한 규제, 특히 피부가 아닌 흡입을 하게 된 데 대한 안전규제나 관리감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인데 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살균제 제조업체들 가운데는 거의 폐업한 업체 등 소송을 내봤자 의미 없는 곳도 많은데 피해자들이 어디에다 하소연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 '간질성 폐손상' 등 폐질환을 얻어 2011년 사망한 피해자 유가족들은 2012년 살균제 제조업체와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피해자 측은 이들 업체가 PHMG, PGH을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하면서 용기에 안심 문구를 적어 표시상의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며, 제품 관리와 회사 감독 책임이 있는 국가 또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며 소를 제기했다.

피해자들은 이후 지난해 살균제 제조업체들과는 조정이 성립됐고 대한민국을 상대로만 소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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