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며 재원 대책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매년 대선공약 이행을 위한 복지예산을 늘린 결과다. 자칫 정치 논리에 휘둘려 나라살림이 만성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복지예산은 116조원으로 지난해보다 6조원 증가했다.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정부가 복지 예산을 매년 큰 폭으로 늘린 결과 올해는 전체 예산의 30%를 처음 돌파했다.
물론 복지 예산은 많을수록 좋다. 다만, 세수 대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빚을 내서 충당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 예산은 그 속성상 한번 시행하면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축소나 철회가 어렵다. 오늘 날 그리스를 비롯해, 60년대 라틴아메리카, 70년대 영국 등이 정치적 인 이유로 세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무리한 복지정책을 추진했다 경제가 피폐해지는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다.
문제는 정부가 복지 예산은 늘렸는데 세금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2008년 법인세 인하로 수조원의 세수가 감소한 상태에서 경기마저 부진하니 세수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결과 기획재정부가 20일 발표한 ‘1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도 11조원이 넘는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2012년 이후 3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더구나 세수부족 규모도 지난 3년간 2조, 8조, 11조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나라 살림살이가 그만큼 비정상적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3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데도 복지예산은 올해도 6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명목경제성장률을 6%(실질경제성장률 3,8%, 물가상승률 2.2%)로 잡아 세수계획을 맞췄다. 그러나 한국은행(3.4%) 을 비롯한 대부분의 다른 경제기관들에 비해 낙관적인 전망에 기초한 것이다. 그 때문에 사실상 4년 연속 세수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도 만성적인 세수부족 상태를 걱정해야 할 수준이다.
물론 세수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줄이면 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복지예산은 경직성이기 강하기 때문에 줄이는 것이 어렵고, 다른 불필요한 예산이 많으면 좋겠지만 해마다 세입. 세출 예산을 정부와 국회에서 밀고 당기며 편성하는 만큼 그마져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는 크지 않다.
결국 경기가 좋아져서 세원이 증가해야 하지만 지난 수년간 정부가 경기 진작을 위해 재정 확장과 기준금리 인하 등의 정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대만큼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세수가 부족하면 정부는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부족한 세수를 매워야 할 테고, 결국 국가부채 증대로 이어져 재정건전성이 위협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재정건정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고, 이는 우리 경제의 강점으로 꼽혔다. 정치논리에 발목이 잡혀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당장의 세부부족 때문이 아니라 재정적자의 구조화를 막기 위해서다.
인하대 경제학과 강병구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고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낮은 정치 레토릭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정부가 담뱃값 인상처럼 은밀한 방식으로 실질적인 증세를 하면서도 아니라고 하다보니 연말정산 문제에서 국민의 감정이 폭발한 것”이라며 “복지확대를 위해 재원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당당하게 세제개편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