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로 복지해야, 다만 국민 합의 우선
-법인세 인상, 부자 증세로 조세형평해야
-미·영, 부자감세후 경제하락, 투자 저조
-비정규직 확대, 장기적으로 경제 허물어
-정부, 기업방임 아닌 적극적 산업정책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장하준 (英 케임브리지대 교수)
‘13월의 세금 폭탄’이라고 불리는 연말정산 문제 때문에 서민증세 논란과 법인세 인상 문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과 비정규직 대책 역시 논란의 대상이죠. 정부의 경제정책,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엄밀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의 장하준 교수를 연결을 해서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 장하준>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지금 대한민국은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이슈가 뜨거운데요. 국민들의 반발이 뜨거워지니 정부가 다급히 보완대책을 내놨습니다. 이 사안 지켜보셨을 텐데요. 문제의 본질이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 장하준> 문제가 뭐냐면 이번 정부가 계속 ‘절대 세금 안 올린다’는 얘기를 반복했지만, 결국 어떤 방법을 썼건 간에 일부 사람들이 대상이었지만 세금을 올려버렸거든요. 그 과정에서 국민들한테 ‘이렇게 해야 하니까 몇 달 후에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올리도록 합의를 하자’는 식의 합의 과정이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없이 그냥 갑자기 바꿔버렸기 때문에 국민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죠. 그래서 지금 저는 우리나라가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고 그걸 위해서 전 국민이 다 같이 세금을 더 내고, 복지혜택도 더 받는 식으로 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자꾸 세금 걷으면 안 된다, 세금은 나쁘다’는 틀에 박혀서 겉으로는 자꾸 ‘세금 안 올린다’는 얘기만 하다가 사실은 또 올려야 되니까 슬쩍 올리는, 좀 나쁜 말로 하면 꼼수 같은 걸 써서 막 올리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면 ‘세금을 더 내고 복지 혜택도 더 올리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데, 그렇다면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약속 자체가 좀 잘못된 방향이다’라고 진단하고 계신 건가요?
◆ 장하준> 그렇죠. 지금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복지지출이 10% 선인데요. 이게 선진국 중에서도 복지규모가 작다는 미국도 GDP 대비 20% 정도로 복지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유럽 나라들은 뭐 대부분 25%고 많은 나라는 30~35%까지 지출하고 있습니다. 꼭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을 본떠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복지지출을 대략 2배나 늘려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이걸 자꾸 ‘불필요한 씀씀이를 줄이고 조세감면 줄이고 해서 남은 잔돈으로 복지하겠다.’는 얘기를 하는데 저는 그건 기본적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박재홍> 무엇보다 복지는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고 증세는 불가피한 상황인 것 같은데요. 문제는 복지 확대에 대한 부담이 대기업이나 부자보다는 서민층과 월급쟁이들에게 더 많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보세요?
◆ 장하준> 그렇죠, 지금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중에 상대적으로 고소득자들도 많이 있는데 그 소득이 잡히지 않아서 월급쟁이들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문제가 있고요. 또 법인세도 깎아줘서 세수가 모자라니까 일반 국민들한테 걷어내는 식이니 ‘조세부담이 과연 공평하게 가는가?’에 대해서 지금 국민들이 불만이 많은 거죠.
◆ 장하준> 글쎄요, 우리나라 법인세가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에요. 미국은 대기업들의 조세 회피가 많기는 하지만 법인세율이 최고 39%까지 되어 있고. 독일도 30%, 중국도 25%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25%에서 22%로 깎았어요. 물론 기업 활동을 장려한다는 식으로 해서 깎았지만 사실 기업 활동 장려 측면에서 법인세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예를 들어서 경제 잘 안 되고 있는 나라들 중에 불가리아니 파라과이처럼 법인세 10%짜리 나라들도 있는데 기업들이 그런 나라 가서 투자 안 하거든요. 자꾸 세율을 낮춰서 지금 25%에서 22%까지 낮췄지만 우즈베키스탄처럼 법인세가 8%인 나라도 있는데 지금 그런 데랑 경쟁하려고 또 더 낮춰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그건 아니죠.
◇ 박재홍> ‘정부가 부자증세는 계속 피하고 있다. 그래서 서민증세 할 것이 아니라 부자증세도 필요하다.’ 이런 지적이 있습니다만 교수님은 어떤 생각이세요?
◆ 장하준> 해야죠. 그런데 부자들만 세금을 더 내야 되는 건 아니에요. 유럽에서 하는 식으로 복지국가를 하려면 전 국민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부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조금 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자꾸 요즘에 소위 신자유주의적인 사고가 퍼져서 ‘부자들 세금을 깎아줘야 그 사람들이 투자하고 경제가 성장한다’ 이런 주장이 자꾸 도는데요. 지금 미국이나 영국같은 데는 그런 식으로 지난 30여 년 동안 부자들 엄청 세금 깎아주고 돈도 많이 갖다 줬는데 오히려 투자도 떨어지고 경제성장도 떨어졌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상황을 잘 알고 부자증세 같은 것도 그런 시각에서 접근을 해야죠.
◇ 박재홍> 그리고 요즘 우리 경제의 또 하나의 뜨거운 이슈. ‘정부의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인데요. 교수님은 우리 정부의 최근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서 ‘오히려 하향표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하셨는데요. 그러면 우리 정부가 해결책을 어디에서 찾아야 될까요?
◆ 장하준> 비정규직 많이 늘리고 노동규정 줄이는 게 잠깐은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는 방법이란 말입니다. 당장은 인건비 깎고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는 게 편한 길이지만 그 길로 가다보면 결국은 기술력이 떨어져서 산업 자체가 망한다는 말이에요. 지금 우리나라 보세요. 조선 산업 이미 중국한테 1등 뺏겼지, 철강 산업, 휴대전화, 자동차 빼고는 현상 유지도 힘든 상황 아닙니까? 당장은 힘들더라도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자 처우도 개선하고 국제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되는 거죠.
◇ 박재홍>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용시장 유연화 정책도 풀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 장하준> 그렇죠. 여기에서도 복지 국가 확대 문제가 나오는데요. 사실 기업운영하고 경쟁하다 보면 비정규직 하나도 없이 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 선진국인 네덜란드니 핀란드 같은 나라도 우리나라 정도는 안 되지만 비정규직 비율이 꽤 높은 나라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나라들이 큰 문제가 안 되는 게 복지제도가 잘 돼 있기 때문이에요. 비정규직 노동자도 기본 생계가 보장이 된단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으로 가면 인생이 너무 고달파지는데 자꾸 비정규직을 늘린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한 저항도 센 거란 말이죠.
◇ 박재홍> 마지막으로 현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초이노믹스라고 불리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제언하실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장하준> 지금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가 장기적인 성장동력이 자꾸 떨어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경제팀을 보면 그냥 법인세 깎아주고 규제 완화하면 기업들이 알아서 하지 않을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세워서 미래를 이끌어나갈 산업들을 육성하는 게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문제에 대해서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잘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박재홍> 잠재적인 성장동력을 개발하고 결국 기업 방임보다는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복지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장하준> 그렇습니다.
◇ 박재홍> 교수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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