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의 잇딴 성추행…새학기 앞두고 자정 분위기

지난 2008년부터 6년 넘게 여제자 9명을 성추행하고, 8명에게는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울대 천재 수학자 강모 교수.

강의실 등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해 재판에 넘겨진 공주대 교수 2명.

연구실과 차량에서 자신이 가르치던 대학원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고려대 공대 이모 교수.

2013년 12월부터 학과 사무실과 복도에서 여제자 3명을 강제로 안거나 입맞춤하려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원대 교수.

해당 교수들은 현재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거나 검찰조사를 받고 면직, 해임된 상태다.

교수와 학생간 '갑을관계'를 이용한 일부 교수들의 추문으로 대학은 과거 '지성의 전당'에서 '성추문 온상'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상황이 이렇자 새학기 개강을 앞두고 교수 사회에서도 더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각종 성추문에 휩쌓인 교수들을 '개인적 일탈' 행위로 전제하면서도 학생들과의 불필요한 사적 만남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교수들이 '갑을 관계'를 이용해 제자들을 성추행했다는 공통된 요소가 있는 만큼 이제는 교수 사회 내에서도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윤종빈 교수는 "최근 몇년 동안 (성추행)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교수들 사이에서도 말 한마디 조심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성추행과 성희롱 언행에 대한 긴장감, 심각함 등의 인지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과거에는 학교 본부에서 쉬쉬하며 눈감았던 부분들이 현재는 언론이나 교내 자치기구 등을 통해 곧바로 이슈화되는 만큼 교수들이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명지대는 1년에 두번 있는 전체 교수연수회에서 성희롱 예방 관련 강의를 시행 중이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이재경 교수(64)는 "학교에서 교수들에게 성 민감성을 강화하는 사이버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으라고 한다"며 "요즘 (제자 성추행 등이) 민감한 시기인 만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자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자정능력도 중요하지만 교육부와 대학본부 차원의 엄벌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추행 의혹이 제기됐을 때 대학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해 조사하지 않거나, 징계절차 없이 교수들의 사직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비슷한 사건이 재발하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성추행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선 서울대와 고려대, 강원대 교수들이 낸 사직서가 징계절차 없이 수리돼 연금이나 재임용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명지대 경제학과 김두열 교수는 "예전에는 교수 성추행 문제가 터졌을 때 대학본부가 덮는 데 급급하고, 그게 학교를 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제는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는 프로세스를 제대로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학내 성추행 문제 전담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제대로 된 조사와 처벌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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