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자원외교, 사람 목숨까지 앗아갔다"

MB 자원외교의 비극, 극명하게 드러나.

- MB 자원외교 1호 쿠르드 유전개발.
- 무리하게 사업 추진, 매장량 예측 부실, 탐사 대부분 실패.
- 사업 포기할 수 없어 쿠르드 SOC 자금 조달해 줘.
- 공사 경영진이 실무자 압박하는 상황.
- 실무 담당 직원, 업무 스트레스 극에 달해.
- 두 차례 사표 제출했으나 반려. 결국 목숨 끊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5년 1월 23일 (금) 오후 7시 3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임인택 (한겨레신문 기자)

◇ 정관용> 부실한 자원외교 실상, 저희 시사자키에서도 여러 차례 전해드린 바 있죠. 그런데 자원외교 사업추진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지난 2011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석유공사 직원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다시 소개한 한겨레신문, 임인택 기자가 보도했는데요, 연결해 보죠. 임 기자, 나와 계시죠?

◆ 임인택> 네, 한겨레 임인택입니다.

◇ 정관용> 2011년, 이분이 무슨 일을 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시게 됐어요?

◆ 임인택> 2009년 12월부터 중동 탐사팀에서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의 실무책임자로 일했던 분입니다.

◇ 정관용>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 이건 어떤 거죠?

◆ 임인택> 이라크 쿠르드 지방정부와 석유공사가 계약 맺었던 원유개발 사업인데요, 일종의 패키지 딜입니다. 쿠르드 지역에 있는 다섯 개 광구 탐사권이랑 별도로 이제 민간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사회기반시설도 건설한다는 내용이 계약의 뼈대였습니다. 이 사업은 통상 이명박 대통령의 자원외교 1호로 평가를 받는데,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개입해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홍보가 되었고 실제 쿠르드 총리를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만나서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달라, 이런 요청도 했었습니다.

◇ 정관용> 간단히 말하면 유전개발을 우리가 할 테니 그 대가로 그 지역에 사회간접자본 투자도 해주겠다, 이런 거였군요?

◆ 임인택>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개발해봤더니 엄청난 석유가 나왔습니까?

◆ 임인택> 무리하게 사업이 추진되면서 매장량 예측도 조금 부실했고 사실 탐사 대부분들이 실패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 정관용> 대신에 그러면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계속 해 줘야만 됐고요?

◆ 임인택> 네. 그게 갈등의 골자, 갈등의 근원이 되었는데 쿠르드 정부가 SOC 사업이 지지부진하니까 계약내용을 좀 바꿔서 직접 현금으로 SOC 자금으로 달라라고 요청도 하거든요. 그래서 석유공사가 굉장히 애를 먹었고 그런데 그런 무리한 요구가 있더라도 사업을 포기할 수 없어서 석유공사는 되레 유전탐사 사업을 확장하려고 추진을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기름은 안 나오는데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아예 돈으로 달라, 그런 거죠?

◆ 임인택>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우리는 그냥 줄 수는 없으니까 유전을 더 파보겠다, 이렇게 했다는 얘기예요?

◆ 임인택> 네, 그런 시도가 있었던 것이죠.

◇ 정관용> 그래서 더 파서 나왔습니까, 그것도 또 안 나왔나요?

◆ 임인택> 실제 5개 광구계약을 맺었고요. 그 가운데 3개 광구가 사실상 철수한 상태입니다.

◇ 정관용> 나머지 2개는요?

◆ 임인택> 두 개는 한쪽에서 조금 원유가 나오고 있는데 그 투자한 금액을 그걸로 보충하기에는 아직 좀 부족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정관용> 지금 현재까지 총 얼마 정도나 손해를 보게 된 겁니까?

◆ 임인택> 전체 투자액이 8400억원이 넘거든요, 그리고 지금 2014년 6월 기준으로 확정된 손실이 4798억원입니다.

◇ 정관용> 스스로 목숨 끊은 분이 배 모 과장이셨죠, 그 당시에?

◆ 임인택> 네, 2011년 6월이었습니다.

◇ 정관용>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던 분입니까?

◆ 임인택> 아까 말씀드렸듯이 원래 이분은 국립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인데요. 그전까지는 국내 탐사팀에서 일하다가 2009년 12월부터 이 쿠르드 유전개발 사업을 실무담당하는 중동 탐사팀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사업이 잘 안 되면서 여러 직원들이 이 팀에 가기를 꺼려했던 상황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사실상 실무적인 책임자였습니까?

◆ 임인택>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그래서 업무 중에 하소연도 많이 하고 그랬답니까?

◆ 임인택> 특히 아내에게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사업이 무리하게 추진되니까 ‘이렇게 추진되는 쿠르드 사업,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될 거다’라고 아내에게 여러 차례 얘기를 했다고 해요. 배 과장이 엔지니어이기는 하지만 계약변경 실무도 직접 담당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석유공사에 쿠르드 지방정부가 요구하는 게, 요구하는 계약변경 내용이 불법성이 높고 그것 때문에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다는 걱정을 자주 토로했다고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렇다고 석유공사가 거부하면 계약 자체를 해지당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공사의 경영진이 계속 밀어붙이면서 실무자들을 압박했던 상황이죠.


◇ 정관용> 그 경영진들한테 ‘이거 이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제라도 중단합시다’ 혹시 그렇게 하셨던 적은 없나요?

◆ 임인택> 그런 정황도 있습니다. 이 사업의 문제점들을 법무팀이랑도 상의했고 공유했지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정부의 큰 관심 사업이었던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공사 경영진들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완수시키라고 압박을 했던 거죠.

◇ 정관용> 아... 사표까지 냈다면서요, 그런데?

◆ 임인택> 네, 두 차례 사직서를 내려고 했습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두 달 전 그리고 사건 발생 3일 전이었는데요. 회사가 반려했습니다. 첫 번째 냈던 4월 20일 ‘사직서를 내고 돌아오겠다’ 이렇게 출근했던 남편이 안 오길래 아내가 전화를 했었다고 그래요. 그랬더니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하고 술 한잔하면서 ‘당신이 우리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회사 걱정 너무 말고 필요하면 언제라도 그만둬라’라고 아내가 위로했다고 하는데 남편인 배 과정이 계속 쫓기듯이 일을 했죠. 그리고 막상 숨진 뒤에 5월 30일자 사직서가 책상 서랍에서 나왔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사표를 두 번 냈는데 다 반려됐고?

◆ 임인택> 네.

◇ 정관용> 참... 결국 이 분은 산업재해 같은 것으로 인정이 됐습니까, 어떻게 됐습니까?

◆ 임인택> 처음에 공사가 자체적으로 내부 보상을 했었고요. 그다음에 산재신청을 해서 인정을 받았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산재로까지 인정했다는 것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라고 하는 게 아주 분명하게 인정됐다는 게 아닙니까?

◆ 임인택> 그 인과성을 인정하는 것이죠. 회사에서도 당시 내부 보상 심의를 열었을 때 그 인과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보상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 정관용> 자, 4년이 지난 오늘 시점에 이걸 다시금 보도하신 임 기자의 어떤 취지가 있다면요?

◆ 임인택> 지난 석 달 동안 탐사취재를 하면서 오늘까지 다섯 차례를 기획보도를 내보냈데요. 정치인, 기업인의 금품수수 의혹부터 공직자 정책책임 그다음에 사업실패로 인한 국부유출까지 여러 측면을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런 것들은 자원외교의 오히려 줄기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적으로 오용이 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비극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게 바로 이 사건이 아닌가 판단했습니다.

◇ 정관용> 중단시킬 수도 없었다?

◆ 임인택> 네.

◇ 정관용> 그리고 본인이 그냥 그만두려고 하는데 그것도 못하게 됐다, 그렇죠?

◆ 임인택>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참 안타깝군요, 고맙습니다.

◆ 임인택> 네.

◇ 정관용> 한겨레신문 임인택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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