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유리지갑 터는 국세청, 기업 세무조사는 1%도 안 해

[서민증세 논란 ③]무뎌진 세정 칼날에 법인세는 하락세, 근로소득세는 상승세

국세청 자료사진. (황진환 기자)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세무조사 비율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사후검증‧세무조사’에서 ‘성실 신고 지원’로 세정운영 방침 옮겨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복지재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로 조달하겠다'던 정부가 유리지갑 직장인들의 세금 징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세무조사 1%25 미만..세금 감면은 대기업에 몰아줘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최근 5년간 한·미·일 세무조사 비율'을 받아 분석한 결과 2012년 우리나라 법인사업자 세무조사 비율은 0.91%로 일본(3.37%)의 1/3수준, 미국(1.59%)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우리나라 법인사업자 세무조사 비율 역시 0.95%로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하 세수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선진국에 비해 세무조사 비율이 크게 낮은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지하경제규모가OECD 국가 평균은 물론이고 우리보다 기업 세무조사를 강하게 진행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역시 크게 웃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우리나라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는 26.3%로(1999년~2000년 기준) OECD 국가 평균(18.4%)의 1.4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보다 3배 높은 비율로 기업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일본보다는 15%p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세무조사는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재계 주장에 밀려 2004년 1.72%이던 기업 세무조사 비율이 2013년 0.95%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기업 세금 감면 커졌지만 중소기업 세금 감면은 줄어

국세청의 칼날은 무뎌졌지만 기업들이 내야할 세금을 깎아주는 국세청의 선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최근 5년간 조세감면액 상위 1천 대 법인의 법인세 신고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조세감면액은 2008년 5조 516억원에서 2013년 7조 3천959억원으로 1.4배(2조 3443억 원) 늘었다.

특히 상위 10대 기업의 조세감면액은 2조 4214억원(2008년)에서 4조 2553억원(2013년)으로 1.7배(1조 8339억원) 뛰었다. 이는 전체 조세감면액 증가분의 71%를 차지했다.

반면 42만 개 중소기업의 조세감면액은 2조 2307억원(2008년)에서 2조 1497억원(2008년)으로 오히려 810억원 줄었다. 42만 개 중소기업을 희생시켜 10대 기업에 조세감면 혜택을 몰아준 셈이다.

법인세 인하도 함께 이뤄졌다. 2004~2008년 매출 1억원 이하 기업의 법인세는 13%, 1억원 초과 법인은 25%였지만 2009년 과표 기준이 2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세율을 인하(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2%)하는 감세가 추진됐다.

2010~2011년에는 2억~200억원 중간 과표를 신설해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부분감세도 시행됐다.

◇법인세는 2012년 이후 감소세, 소득세는 끝 모를 상승세

기업 공제혜택 증가와 세무조사 축소 등에 힘입어 기업들이 내는 세금은 2012년 이후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15년 1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법인세는 35조3000억원(2009년)부터 45조9000억원(2012년)까지 늘다가 2013년에 43조9000억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11월까지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액수가 줄었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11월까지 40조4000억원가량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5000억원 줄었다.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것과 달리 같은 기간 동안 직장인들이 내는 소득세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정부가 개인에게서 거둔 소득세 수입은 49조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조8000억원 늘었다.

소득세는 34조8000억원(2009년)에서 48조4000억원(2013년)까지 계속 늘고 있다.

법인세가 이렇게 왜곡돼 있지만 정부는 친(親)기업 행보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초부터 '13월의 세금폭탄'을 낳은 '연말정산 파동' 이후까지 "법인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기업 경제활동 위축 안 되게 세심하게 조사할 것"

국세청은 역시 올해 연간 총 세무조사 건수를 2013년 수준(1만8079건) 이하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지난 19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올해도 세수여건도 지난해와 같이 매우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제 활성화를 뒷받침 하면서 성실신고 지원에 세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올해 세정 운영방향을 밝혔다.

국세청은 "기업들이 본업에 전념할 수 있는 세정환경을 조성하는 차원"이라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조사를 세심하고 신중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제 활성화에 세정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국세청이 경제의 또 다른 주체인 소비자들의 경제 활성화를 가로막는 근로소득세 문제에 관련해서는 입을 닫고 있어 정부가 직장인들 유리지갑 털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의 이런 세정 운영에 대해 오제세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부족 해결 을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 세무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기준 의원은 “연간 4조원이 넘는 10대 대기업 조세감면액 10%만 줄여도 연말정산 대란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 특혜성 조세감면 제도를 대폭 뜯어고쳐 중산층까지 조세감면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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